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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인해라! 그렇다면 보내 주마.”
콘서트 오프닝 두 시간 전.
지운은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협박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고,
일정을 펑크 낼 수는 없었으니까.
“내가 누군지는 압니까?”
계약서의 내용은, 바로.
“가수 지운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전 지운 씨 팬입니다만.”
영혼이라고는 담겨 있지 않은 태도로
제 팬이라고 말하는 여자와의 결혼이었다.
[작가 소개]
이지후
[본문 중에서]
“대체 이 여자인 이유가 뭡니까? 날 가둬서까지 결혼시키려고 한 이유가 뭐냐고.”
겨우겨우 흥분을 감추고 있다는 듯, 지운은 이를 악문 것 같은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가둬 두었다고?’
연서는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김 회장을 보았다.
김 회장은 흠흠, 멋쩍게 목을 가다듬으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발설하는 순간, 네놈 가수 인생도 끝이다.”
“절대 뭐든 말하지 마세요.”
연서가 단호하게 말을 덧붙였다.
지운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내렸다.
“회장님은 연예인 정도야 쉽게 매장해 버릴 힘을 가지신 분이잖아요.”
“싫다는 양반이 비위도 좋네. 내 팬이라고 되지도 않는 거짓말은 왜 하는 건데? 아버지나 내 기분 맞추려고?”
“저, 지운 씨 팬이라니까요?”
연서가 단호하게 진실을 말했지만 지운은 비소를 지었다.
“연예인 정도, 라고 말하는 팬이 세상에 어딨어? 그리고 당신이 내 팬이면 옳다구나, 이 제안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
연서는 다시 심장이 조여 오는 걸 느꼈다.
그런 의미가 아닌 걸 알면서도 설레고 말았다.
‘당신, 당신, 당신…….’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다는 지운이다. 그런 그에게 반말을 들어 본 팬이 몇 명이나 될까? ‘당신’이라는 부름은?
“유 팀장, 괜찮아요?”
그녀가 볼썽사납게 다시 가슴에 손을 얹지 않기 위해 행동을 잠시 멈춘 걸, 김 회장은 놀라 굳은 줄 알았나 보다.
“괜찮습니다. 지금 지운 씨가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을까요. 이해합니다.”
김 회장의 입장에서는 연예인 ‘따위’일 테니 그렇게 말했을 뿐이지만, 지운은 오해할 수 있었다.
“아주 이해심이 하늘을 찌르시네요.”
[목차]
1권
1-14
2권
15-28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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