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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의 만남은 지원과 이준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지원과 이준 모두 끝을 예상하고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지원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려하는 모습을 보며, 이준은 지원에 대한 집착을.
그리고 지원에겐, 이준의 짙어진 소유욕이 결혼으로부터 더욱 벗어나기 위한
촉매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둘에겐, 이별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니다.

-본문 중에서-

라이터 켜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지만 매캐한 담배 향과 뿌연 연기가 주위로 흩어지다 살며시 사라졌다. 지원은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로 미련 없이 던져지는 금속의 지포라이터와 담뱃갑을 바라보고는 새하얗고 푹신한 베개 위로 도로 얼굴을 들이밀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가서 피우라니까.”
지원의 짜증스런 목소리가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담배에 불을 붙일 때면 한쪽 눈썹을 찡그리는 모습이 어느 남자보다 섹시하다고? 흥, 웃기지 말라 그래. 다 옛날 얘기다.
“씻는다며?”
아침이라 그런지 무덤덤하게 내뱉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다. 대답 대신 지원은 한쪽 고개만 살며시 들어 지치고 불만스런 눈길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의 허벅지 부분에만 올라가 있는 하얀 시트가 그를 색스러우면서도 근사하게 보이게 했고 완벽하게 자리 잡은 근육을 내보이며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있는 모습은 잘 다듬어진 조각상을 떠올리게 했다. 근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루, 이틀 봐?
지원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자신을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눈길에 신경질이 확 치밀었다.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있는 이준을 뒤로하고 곧장 침대에서 나온 지원은 주변에 있던 가운을 빠른 속도로 걸쳐 입었다. 그리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굳이 잠금장치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벌려주는 것 같았고, 또 제 불편한 속내를 그에게 대변해 준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마음이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