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기 위해 만난 그들은 서면으로 작성된 계약에 묶인 관계!
그들의 계약엔 오직 쾌락과 자유만이 존재한다. 비밀스러운 그들의 계약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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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다. 어서 가자.”
“어, 어?”
손을 덥석 잡아 이끄는 태석에 지오는 머리가 터질듯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준비한 인사말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어벙한 표정으로 속절없이 끌려가고 말았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점심때부터 비어있던 뱃속이 밥을 달라고 아우성쳤지만, 지오는 미간을 구기고 맞은편에 앉은 태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밥을 말은 뜨거운 뼈다귀해장국을 떠먹느라 정신이 없는 그의 정수리를 노려보았다. 맛있다고 소문난 일명 잘나가는 가게였는지 그들의 주위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정신없이 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앉아있는 남자처럼.
“왜? 안 먹어?”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태석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맛있는데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냐. 먹어.”
평소 같았으면, 아니 친구들과 함께 이기만 했어도 돼지등뼈를 손에 들고 신나게 뜯어먹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지라는 것이 있었다. 누가 보든 말든, 신경을 쓰든 말든 지켜야할 이미지라는 것이 있었다. 비록 맞은편에 앉아있는 상대가 그녀와 다른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태석일지라도, 처음 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 손가락을 쭉쭉 빨면서 돼지등뼈를 발라먹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지오는 내숭의 초 절정 기술, ‘손가락에 쥐나도록 젓가락과 숟가락을 이용해 뼈다귀를 발라먹기’ 라는 비기를 사용했다. 이 비기는 고도의 인내력을 요구한다. 처음엔 가득가득 붙어있는 살점들을 떼어내기가 수월하여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구석구석 숨어있는 진정 맛있는 살을 발라내려면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손가락에 나는 젓가락의 빨간 자국을 참아야 하고, 그에 동반하는 고통을 참아야 하고, 놀리는 듯 젓가락을 피해 도망가는 살점에 안달이 난 나머지 침을 삼키며 인내해야 한다. 이런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느라 지오가 입술 밖으로 혀를 내밀고 오롯이 돼지등뼈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태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애쓴다, 애써. 우리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 아닌가? 내숭은 벗고, 편하게 들어!”
지오는 분주하게 움직이던 수저를 멈추고 태석을 바라봤다. 빙글빙글 웃는 얼굴에 부러 국물을 튀기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다.
‘이걸 튀겨? 말아?’
젓가락과 숟가락을 쥔 손에 힘을 잔뜩 주며 눈이 째져라 노려보는 지오의 시선은 무시한 채 그는 다시 밥 먹기에 열중했다.
“밥 먹고 우리 집으로 가. 계약은 이행해야지.”
“그러든가.”
담담한 척 꺼내는 지오의 말에 더 담담한 대답을 내놓은 태석. 거리낄 것 없다는 듯 건조하게 대답하는 태석이 얄미워 지오는 해장국을 열심히 퍼먹는 그를 향해 소리 없이 입을 삐죽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