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K-POP 아이돌 그룹 비엔의 멤버 지연우는 저주에 걸려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본인과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게 된다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지독한 저주에.
누군가를 사랑할 생각도 마음도 없던 연우의 앞에 신경 쓰이는 여자 하나가 나타난다.
“왜 그런 표정을 해요?”
도무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끝을 알 수 없게 절망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여자의 이름은 민재희.
재희는 한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일상을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연우와 엮이기 전까지는.
“나 저주 같은 거 안 믿어.”
연우와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재희의 눈에도 연우에게서 자꾸 남들은 잘 보지 못하는 다른 얼굴이 보인다. 꼭 나처럼 슬프고 아파하는 것만 같다.
#사랑하면 모두 죽게 되는 저주
#죽어도 좋아
#성공한 아이돌
#너는 내 왕자님
[미리보기]
업무 시간이 지나 불이 꺼져 어두워진 로비를 걷던 연우는 현관 유리문 너머로 새어 들어온 붉은 가로등 불빛과 마주하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고 바닥이 꺼져 내리는 것 같은 감각에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알겠니? 연우야.’
그 붉은 빛이 순간 새빨간 화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저주받았어. 저주받았다고.’
그리고 연우는 그 붉은 빛에서, 불꽃 속에 서 있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니 너는 아무도 사랑하면 안 돼.’
누군가를 신경 쓰는데 그 이유가.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연우는 스르륵 고개를 젖혀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사람을 신경 쓰는 이유가, 내게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나는 저주받은 사람이니까.
‘알겠니? 연우야.’
그럼 뭐야. 이런 것도 저주인 거야?
이렇게 곤란한 일들이 그 사람에게 생기는 것도 일종의 저주인 거야?
겨우 조금 가까워졌다고?
내가 뭐 그 사람을 사랑하기라도 할까 봐?
“사랑은 무슨.”
연우는 피식- 하고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사랑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그 저주 때문에 연우가 누군가와 사랑하게 되는 걸 아예 포기하지 않았다 하라도,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연우는 그렇게 쉽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전처럼 우리 공연 있는 날 동생 데리러 오거나 그런 일도 있겠죠?’
그런데 왜 그랬지?
‘그럼. 그때에도 혹시 우연히 만나면. 인사해 줄래요?’
그런데 왜 그런 거야.
다시는 그 사람과 마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순간 왜 그렇게나 끔찍했던 거야.
같이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그 날이 그렇게나 즐거웠던가.
병원에서 울어대던 그 사람의 얼굴이 그렇게나 기억에 남았던가.
그래서 무언가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끌렸던 건가.
지독하리만큼 고요한 어둠 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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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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