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얼마만큼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고로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언니를 보살피는 선주와 어릴적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선희
언니를 지키려는 선주의 노력이 피할 수 없는 사건과 도주로 이어지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선주를 지키려는 민혁과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사랑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본문 중에서-
내가 그를 정말 사랑하기는 사랑한 것일까?
맨 처음 그와 눈이 마주친 날이 생각났다. 학교 이층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민혁에게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보낸 것과 똑같은 증오의 눈길로 욕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도 민혁은 자신의 눈길에 놀라거나 혐오의 눈길로 되돌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보통의 여자아이로 대하는 그런 눈빛을 보냈을 뿐이다.
그리고 점점 더 깊어지는 그의 눈길에도 자신은 자신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랑이 아니다. 이런 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고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고 심지어 위험에, 죽을 수 있는 위험에 빠트리는 이런 거는 사랑이 아니다.
“나, 자수하려고 해.”
민혁이 고개를 들고 선주를 바라보았다. 선주 방의 커다란 창을 하얀 블라인드가 빛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 빛을 다 막지는 못하고 틈새 틈새사이로 빛이 마치 기다란 광선처럼 벽을 길게 자르고 있었다. 밖에서 누군가가 활기차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맞춰 웃음소리가 와글와글 들렸다.
민혁이 고개를 내려 선주를 바라보았다. 파리한 얼굴에 커다란 눈이 자신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긴 머리칼이 어깨까지 내려와서 작은 얼굴을 더욱 작게 보이게 했다. 그때 머리칼을 만져보고 싶었지. 유원지에서. 그때는 짧았었는데 그래도 미치도록 만지고 싶었다. 커다란 눈에 자신이 비춰진다. 붉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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