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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 주위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랜턴의 불빛은 선술집 벽에 흔들리며 음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푸근하게 내리쬐던 가을 햇볕은 온데간데 없었고 이제 선술집에는 싸늘한 냉기만 감돌았다. 높다란 참나무로 된 카운터 뒤에서 백랍(주석과 납, 놋쇠, 구리 따위의 합금)으로 된 술잔을 씻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흰 모슬린 모자를 쓴 그녀는 부드럽고 풍만한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도 콧노래를 흥얼거렸으며 때때로 한쪽 뺨에 보조개가 패일 정도로 미소를 짓곤 했다.
손님의 출구가 아닌 옆문이 열리더니 싸늘한 냉기와 찬바람 속에서 한 젊은 여자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그녀는 실내의 분위기에 적응하려는 듯 잠시 불빛 쪽을 향해 머뭇거리고 있었다. 술집 여자는 그 젊은 여자를 쳐다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지겹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면서도 서둘러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리, 넌 볼 때마다 더 안좋아 보이는구나. 토디(브랜디나 위스키 따위에 물. 설탕. 향료를 넣은 음료) 한 잔을 데워 올테니 여기 앉아 있어.」
그녀가 덜덜 떨고 있는 젊은 여자를 의자 쪽으로 밀면서 말했다. 그리고 부지깽이를 불속에 가져갔다. 그녀는 시선을 여전히 그녀의 동생인 리에게 두고 은밀하게, 그리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살이다 빠져버린 리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뼈가 살가죽을 삐집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눈은 움푹 들어갔고 눈자위 주위로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으며 햇볕에 그을려서 콧등의 껍질이다 벗겨져 있었다. 그녀의 한쪽 뺨에는 피가 엉겨붙은 긁힌 자국이 세 군데나 나 있고 다른 뺨에도 시퍼런 멍든 자국이 있었다.
「아버지가 널 이렇게 만들었니?」
혐오감으로 가득찬 술집 여자가 플립(맥주 브랜디에 향료. 설탕. 달걀 등을 넣어, 달군 쇠막대기로 저어 만든 음료) 잔 속으로 뜨거운 부지깽이를 찔러 넣으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