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난 이런 걸로 장난 안 쳐. 유치하게. 이런 장난 우습잖아. 갖고 싶으면 그냥 가지면 돼. 뭐 하러 이런 장난까지 쳐. 너 그렇게 할 정도로 대단하진 않잖아.”
왠지 모르게 이 남자, 기대가 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앞뒤 보지 않고 달려들 것 같은 이 남자의 눈빛에 왠지 모르게 설렌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었으면 하는 웃기지도 않는 바람이 들 정도로.
오만한 그녀 이유란.
처음 그녀를 만나던 날, 버럭 화를 냈었다. 두 번째 역시 그다지 반갑지 않은 만남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반갑다. 뭘까? 자신의 마음이 변화를 일으킨 이유는.
“난 손 잡는 거 좋아해. 이제껏 내 손 잡아줄 사람 별로 없었어. 너한테 줄 테니까 자주 잡아줘.”
가슴이 따뜻한 남자 우주혁.
“왜? 줄 게 없어?”
“가진 거 많으신 분이시잖아요. 제가 더 드릴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잘 생각해봐. 하나쯤은 있을 거야.”
말을 마친 유란의 시선이 다시금 그의 몸을 훑어 내렸다. 마치 눈으로 옷을 벗기는 것처럼.
여자의 시선에 마치 발가벗겨진 것만 같다. 잊고 있던 모멸감이 스멀스멀 몸을 타고 오른다. 이대로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아니요. 다시 생각해도 드릴 건 아무것도 없네요.”
“그럼 내가 바라는 걸 말해 볼까?”
재밌다는 듯 빙긋 웃는 여자의 모습에 주혁의 화가 조금씩 커진다.
“벗어.”
사무실이다. 문이 닫혀 있지만 누구라도 저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다. 아무래도 말을 잘못 들은 것 같다.
“뭐?”
‘버, 벗어? 설마……. 이 여자 대체 뭐냐?’
주혁은 자신의 앞에 앉은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무래도 자신이 들은 게 맞는 모양이다. 너무도 거만한 저 여자의 표정에서 주혁은 오늘 이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사무실이니 별일 있겠냐 생각하고 온 자신이 바보였던 게 분명했다.
못 볼 걸 본 것처럼 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런 그의 얼굴이 더욱 굳어질 말이 그의 귓전을 때린다.
“벗으라고. 선수끼리 왜 그래? 다 알면서 온 거 아냐?”
당황하는 남자가 화를 힘겹게 참는지 얼굴이 차갑게 굳어가고 있다. 그러나 화를 참는 건 유란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속의 화가 끓어오르다 터지지 말아야 할 순간에 터지기 전에 가라앉혀야 했다. 어떻게든 화를 풀어내야 했다. 이런 장난 다신 하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이 방법뿐인 모양이다. 그녀를 분노케 한 아버지에게 이 방법 말고는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미안한데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일에 관련된 미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닙니까?”
銀
임은경(銀)
치열했던 20대보다 안정된 30대가 더 좋다!
그러나 가끔은 불꽃같은 20대를 누리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여전히 철없는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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