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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죽음은 그녀의 모든 것을 뺏어갔다. 웃음, 미소, 행복. 두근거림. 설렘.
첫사랑의 죽음과 동시에 그녀의 심장도 따라 멈추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사정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그에게 그녀는 말한다.
“당신이 미워요. 당신이 잔인해요.”

[본문 중에서]

2008년 모스크바.
탕, 하는 총소리가 무거운 공기를 가르면서 울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연달아 탕, 탕, 하는 아찔한 총소리가 들렸다. 길을 걷던 행인들이 급작스럽게 들려오는 총소리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거리는 단박에 어수선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탕! 탕! 말로만 듣던 러시아 갱단 간의 무시무시한 총격전이었다. 사람들은 일시에 몸을 웅크리며 조심스럽게 피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괜찮아?”
조심스럽게 묻는 남자의 낮은 음성에 여자는 겁을 한가득 집어먹은 불안한 눈동자로 머리만 세차게 저었다.
“괜찮을 거야.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남자가 여자의 팔목을 꽉 잡으려고 했지만 힘이 없었다.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은 이미 핏기가 없을 정도로 점점 창백해져 갔지만, 총소리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찬 여자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했다.

아침 식탁에 마주 앉은 진혁은 황당한 표정을 금치 못했다. 어제는 유정이 불길한 악몽을 꾸었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못했고, 오늘은 기분 나쁜 악몽을 꾸지 않았는데도 그의 앞에 놓인 건 하얀 쌀밥 대신 반갑지 않은 토스트였다. 솔직히 그는 그동안 너무 과다하리만큼 빵을 섭취하여 왔던 터라 이제는 아무리 맛있는 토스트나 햄버거를 보아도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역겨웠다.
“지, 지금 이걸 아침이라고 나한테 내놓은 거야?”
가슴속에서 불이 훨훨 솟구쳐 올랐지만 그는 애써 차분한 음성으로 물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을 하지 못했어요.”
어처구니가 없는 유정의 대답에 진혁은 갈퀴눈으로 그녀를 째려봤다.
“그럼 지금 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으니까.”
“일찍 나가 봐야 해요.”
진혁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하지만 유정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난 아직 당신이 파트넌지 뭔지 하는 것에 대해 동의도 하지 않았어.”
“이해해 줄 거라 믿어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진혁은 주먹을 꼭 쥐었다. 화가 많이 나 있는 그의 표정을 보고도 유정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밥을 꼭 먹어야겠어. 밥부터 내놔.”
진혁이 단호하게 말하자, 잠시 침묵하던 유정이 입을 열었다.
“그럼 당신이 직접 해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