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만난 치명적인 한 여자….

뒤틀릴 대로 뒤틀려 버린 그 남자, 차강현.

그에게 있어 사랑은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모자란 것 없이 자라 온 그에게 여자라는 건 그저 돈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런 그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사람은….

특별할 것 없이 작고 여린 여자, 지수.

그것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는 정말로 그녀를 갖고 싶었다.

순수한 그녀 안에 숨겨진 허영과 추악함을 들춰 내고 싶었다.

야수 같은 그의 본능이 그렇게 그녀를 끊임없이 유린하고 있었다….

▶ 잠깐 맛보기

“뭐? 결혼?”

강현이 무섭도록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네. 나도 당신 사랑하지만 아직 이러는 건, 결혼할 때까지만…”

“잠깐! 누가 누구랑 결혼한다는 거야?”

“화… 났어요?”

단순히 강현이 화가 난 것으로 생각한 그녀가 달래듯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그녀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는 강현의 손길이었다.

“너, 이쯤에서 가면을 벗는 게 어때? 아니 우리 서로 피차 함께 벗는 게 좋겠군.”

“그게 무슨…”

“그렇게 순진한 척 굴 것 없어. 네가 그런 표정 짓는다고 해서 넘어갈 내가 아니니까. 날 만나는 동안 온갖 순수한 모습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결혼까지 생각했었나 보군.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것 같은데 나한테는 안 통해.”

“강현 씨….”

“훗! 언제 그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올까 궁금했었지. 절대 부르지 못할 것 같더니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된 모양이지?”

“난 도무지… 모르겠어요.”

“그래? 요점정리가 필요하단 말이군. 넌 돈이 목적이었겠지만, 난 너와 즐기는 게 목적이었어. 이제 이해가 돼?”

그가 빈정거리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 이 전자책은 2004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후애 1,2〉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