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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마권우, 회사에서 가장 젊은 팀장이자, 가장 능력을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눈에 띄는 마스크 때문에 한 번,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뭐든 만능인 내 능력에 한 번, 사람들은 몇 번이나 나에게 감탄의 시선을 보냈고, 나는 그런 사람들의 감탄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나 잘난 맛으로 살아온 나에게 요즘 들어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팀장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햇병아리 저 신입 사원. 내가 맡고 있는 2팀에 들어온 지는 약 5개월 정도 됐을까, 힘겨운 사회생활 보다는 편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앳된 그녀가 자꾸 내 눈앞에 거슬리고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분석을 틀리다니, 지송정 씨, 수학을 선택과목으로 했습니까?”

신입사원에 흔들리는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버티고는 있지만 어쩐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이미 그녀에게 빠진 그 진실을 숨기는 것이, 너무나 버겁게만 느껴졌다.

미리보기

“지송정 씨 어디 갔습니까?”

점심을 먹고 들어온 내가 송정의 빈자리를 보고 송정의 옆자리 앉는 유지연 씨에게 물었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진영 씨랑 나가는 것 같던데.”

유지연 씨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려던 내가 생각을 바꿔 발걸음을 틀었다. 눈에 보이면 보이는 대로 심란했고,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심란했다. 송정과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한 이 아득함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나의 그런 감정 상태를 지송정 딜레마라 부르곤 했다.

“뭐가 있긴 하구나. 뭔데? 응?”

“팔뚝…….”

“뭐?”

“팀장님 다 멋있긴 하시지만 일하시면서 가끔 셔츠 올리시면 보이는 팔뚝이, 팀장님 팔 움직이실 때마다 힘줄이 막 움직이는데…….”

송정과 진영 씨 사이에 무언가 은밀한 대화가 오고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나도 모르게 벽 쪽에 몸을 붙여 두 사람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게 했다. 볼품없이 벽에 붙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훔쳐들으려 하는 내 모습에 한숨이 나오는 데도 내 귀는 소머즈라도 빙의 된 듯 휴게실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려 했다. 송정이가 말한 팀장이 나인 건가? 그렇다면 송정이가 내 팔뚝이 멋있다고 칭찬을…….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온 몸에 끓다 못해 방출되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그렇다고 제가 팀장님한테 이상한 마음먹은 건 아니에요. 객관적으로 봐도 마 팀장님 멋있으시니까. 그…… 연예인, 아니 저명한 유명인사 보는 마음 같은 거예요. 보면 신기하고, 존경하게 되고.”

날 멋있다고 해주다니. 그런 말을 하며 수줍게 미소 짓는 송정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내 얼굴도 송정이 못지않게 빨개지는 느낌을 받고 말았다. 거기다 내 몸은 여전한 열을, 아니 아까보다 더 뜨겁게 열을 내보내고 있었다. 내 몸 상태가 내 제어를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급하게 몸을 돌렸다. 여기서 다른 직원들이라도 만나면 큰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송정을 만나려 했던 계획을 수정해 화장실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 팀장님!”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던 직원을 지나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온 내가 크게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라고. 누구를 원망하는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 난 단전으로 몰린 뜨거운 기운이 얼른 빠지길 바랐다.

그리고 나의 이 비상한 머리로 한 가지 결론을 떠올렸다. 지송정 딜레마. 아마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거란 결론을 말이다.

“이상한 마음, 먹어도 되는데 말이지.”

송정의 말을 떠올리며 이렇게 혼잣말을 되뇌는 내 행동이 바로 그 결론의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