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작지만 어딘가 개운치 않은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운의 몸이 반쯤 일어나 앉았다. 그의 잠을 깨워준 고마운 이는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닌 모양이었다.
“뭐야……?”
“어머, 일어나네? 내가 건드릴 땐 난리를 쳐놓고는…….”
운의 반응이 신기한 듯 여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뭐야?”
아연의 손가락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알몸으로 다리를 벌리고 서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운의 게슴츠레한 두 눈이 아연의 손끝을 따라 참대 가에 서 있는 여자에게로 향했다. 운은 여자를 보더니 처음 보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다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다시 누워 버렸다.
“이거라니? 말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냐? 야, 네가 뭔데 여기 와서 이 행패야? 이 사람 마누라라도 돼?”
“넌? 넌 뭔데?”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조용한 밤의 공간을 울리자 운의 짜증스런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운의 투덜거림에 아연의 발이 다시 한 번 그의 등짝을 향해 날아들었다. 조금 충격이 있었던지 운의 느린 몸짓이 아연에게로 향했다.
“설명해!”
스스로도 놀라운 아연의 차분한 목소리가 그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귀찮아.”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선 좀처럼 하지 않았을 운의 대답으로 아연은 드디어 참고 참았던 분노를 터뜨려 버렸다. 하지만 운에게로 달려들 것처럼 몸을 움직이던 아연은 갑자기 멈춰 서버렸다.
“알았어. 이렇게 알리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 그냥 이제 지겹다 한마디면 알아들어! 이런 더러운 방법 쓰지 않아도 너 같은 놈에게 매달리지 않아.”
아연은 더 이상 이 더러운 곳에 있기 싫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그의 저 느긋함도 이젠 신물이 났다. 두려운 상상이 막상 현실로 드러나자 상상 속에서 두려웠던 만큼 그가 보는 앞에서 무너져 내리지도 않았다. 아연은 그런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그만두리라 마음먹고, 다짐하고도 계속되던 골치 아픈 관계였다. 잘된 일이라 생각하자. 아연은 스스로에게 다짐시켰다. 깨끗하게 물러나자 라고.
‘잘된 거야. 그래, 잘된 거라구.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란 거 알고 있었잖아. 이런 놈인 거 알고 시작한 일이잖아, 안 그래?’


목 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에필로그

          
출간작 : 해후. 일탈. 시선. 소국의 창. 낙하산과 클레오파트라.
망부. 광애. 굿보이. 하나의 사랑. 내 여자. 마지막 휴가. 하얀 눈물.
달에 잠기다. 해를 태우다. STAR　WARS(스타워즈). MEMORY(메모리) 사랑을 가르쳐드립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구애.

전자책출간 :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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