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그녀에 대한 내 사랑은 조금씩 천천히 한 방울씩 그렇게 모이고 고이고 차이고 넘쳐서,

넘친 방울들은 아름답게 세 방울로 아롱졌다.

은발에 보랏빛 눈을 가진 플루시엄 기사단의 마돈나, 티에린. 미모도 실력도 나무랄 데 없는 기사이며, 약혼자가 있음에도 연애에는 백지인 그녀에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있으니 그건 바로 외모, 실력, 집안까지 완벽한 멕.

그러나 입단시험을 보던 날부터 그녀를 사랑해온 멕은, 허울뿐인 약혼자보다 그를 소중히 하면서도 늘상 ‘절친’이라 우기는 그녀 티아 때문에 고통받는데…….

우리는

이렇게

손을 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평생, 둘이서 이렇게 함께.

2. 작가 소개

한하연

쓰는 일이 좋아서 시작했다가 지금도 쓰고 있는 평범한 글쓴이.

동화와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면도 있는 그런 사람

▣ 출간작

그녀는 수학을 배운다

엘핀느의 꽃

붉은 벨벳 위 하얀 진주 한 알

달콤한 말 세 방울

푸른 단검과 흰 장미

집(House)(단편집)

비밀의 숲(공저)

맑은 하늘 푸른 잎새

목련화

루비아스 마티아스

3. 차례

#Episode 6. 단단한 사탕은 녹여 먹어야 한다(2)

#Episode 7. 아기는 토카펜과 함께

#Episode 8. 스테이크를 썰 때는 오른손에 힘을 줘야 한다

#외전. 폭풍우 치는 밤

#에필로그

#후기

4. 미리 보기

결혼식장으로 들어가서 데비의 손에서, 멕의 손으로 내 손이 넘어갔을 때, 내 마음에는 살며시 안도감이 자리 잡았다.

그가 나를 위해 준비해준 것들.

휘황찬란하다 못해 웅장하기까지 한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일은 정말이지 용기가 필요했다. 거대한 돔형의 천장은 깎아지를 듯이 높게도 올려져 있었다. 세밀하게 모자이크처럼 세세히 박혀 있는 색색의 무늬들은 타일 형태로 돔의 꼭대기까지 기가 막히게도 박혀 있었다.

그 돔을 거대한 울림판처럼 사용하여 울리는 음악. 화려하고 흥겹고 아름다운 동시에 좌중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다. 윤기가 자르르한 상아빛 의자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다 미묘하게 다른 형태로 놓여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파격적인 느낌과 동시에 통일성이 있었다. 게다가 흰빛의 천들 사이로 덩굴무늬 비슷한 에스닉한 느낌의 천들이 같이 뒤엉켜 있어 가볍게 뜨기 쉬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가라앉혀 주고 있었다.

거기에 마치 몽실몽실한 솜털처럼 최고급의 생화들이 둥실둥실한 느낌으로 살포시 자리 잡고 있었다. 핑크색, 흰색, 연보라색, 파란색, 연두색들의 꽃들이 감미롭게 내 주변을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많은 하객들. 내가 들어가자 나에게 꽂히는 모두의 시선. 게다가 주례는 무려 황제 폐하.

이 결혼식에 내가 주인공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멕은,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다. 웃음까지 함박 머금고 있는 모습이 역시 공작가의 자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어머니가 나를 아무리 엄격하게 훈육하시고 최상의 교육을 받게 하려고 노력하셨다 해도, 애초에 삶의 크기 자체가 다른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배어 있는, 있는 자의 여유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멕은 이런 분위기에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을 터다.

시골 남작의 딸로 태어나서, 수도로 올라오기 전에는 궁성이라고는 본 적도 없는 나에게는 확실히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부면이다. 내가, 한 걸음씩 과연 잘 떼어낼 수 있을까.

그때, 그런 나를 데비가 옆에서 살포시 이끌었다. 발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 녀석은 눈치채고 있었다.

“누나. 압도당할 필요 없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중요한 건, 바로 오늘 누나가 결혼한다는 사실이지. 장소가 크건 작건, 사람이 많건 적건 중요하지 않아. 누나가 원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잖아. 긴장되면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나에게 맡겨.”

오늘따라 어리던 동생이 듬직해 보인다. 나도 꽤나 대범한 편이지만 그것은 위급한 순간에만 곧잘 발휘되는 특성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의외로 얼어붙기도 한다. 하지만 데비는 언제나 침착하고 대범하다.

「누나, 착각하지 마. 나도 긴장하고 떨릴 때가 많다고. 하지만 단지 표가 나지 않는 것뿐이야.」

이렇게 데비는 나에게 말하곤 했었다. 어쩌지, 그러나 데비의 다정한 격려에도 용기가 나질 않는다. 발이 바닥에 붙은 것 같다. 그런 나를 보고 데비가 싱긋 웃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차갑고 청량한 음료 한 모금 같은 미소에, 내 주변의 영애들이 이 와중에도 드레스 자락을 꽉 잡고 쳐다본다. 이 상황에도 주변이 세밀하게도 보인다는 사실이 좀 어이없다.

“몬스터 둥지 안에라도 걸어 들어간다고 생각해봐. 저기 멕시멈 공자가 잡혀 있네. 안 구하러 갈 거야?”

아, 그렇게 생각하니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졌다. 나는 크게 용기를 내서 식장에 들어섰다.

그 순간이었다.

내 눈에는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들이 보였다. 그것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긴장된 사람의 마음도 한순간에 풀어지게 하고, 기력이 없을 때 기운이 나게 하는, 진하고 깊이 있는 어두운 빛깔을 간직한 것들이었다.

달콤하고 유혹적인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익숙한 향이다.

하지만 나는 여태껏 이토록 크고 섬세하게 만들어진 것들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가는 길목마다 초콜릿 조각상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조각상의 주인공은,

우리였다.

우리만이 알 수 있는 시간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같이 겪었던 일들이 큰 사건 위주로 하나씩 새겨진 그 조각들엔, 우리의 추억들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멕에게 처음 초콜릿을 건네주던 장면에 시선이 가자,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떨림이 멈췄다.

그랬다. 오늘은 우리들의 결혼식.

우리가 만났던 그 시간부터 시작된 우리의 사랑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인정받는 시간.

나는 멕을 바라봤다. 광택이 도는 고급스러운 검은빛의 턱시도에 은빛 넥타이가 깔끔하게 매어져 있었다. 가슴에는 보랏빛 꽃을 맵시 있게 꽂은 멕은, 금이라도 녹여 만든 것 같은 부드럽고 섬세한 금발을 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보석 같은 청록빛 눈동자를 영롱하게 빛내면서.

내 허리가 반듯하게 펴졌다. 그렇다. 오늘은 우리의 날. 압도적이리만큼 화려하고 무게 있는 결혼식장과 여기 모인 하객들은 우리를 위해 준비된 것.

데비의 말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없는 땅바닥에서 결혼을 한다 할지라도,

서로 사랑하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