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누나, 민준 말고 걔네 형은 어때?”

“됐어. 지금 내가 직장 동료 짝사랑할 나이냐?”

“연예인 짝사랑은 해도 되고?”

오프라인에서는 한식당 사장, 온라인에서는 ‘슈팅스타즈’ 멤버 민준의 팬사이트 ‘누나팬닷컴’의 운영자로 활동 중인 조아라. 팬심으로 가득 찬 그녀는 우연인 척 민준의 형인 민현을 지배인으로 영입한다. 그녀의 완벽한 이중생활에 금이 갈 줄은 그땐 미처 몰랐더랬지…….

“우리 형은 어때요?”

“지배인님? 지배인님은 남자친구로 사귀기엔 좀 부담스럽지.”

“어, 왜요? 우리 형 누구한테 부담 주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준아, 그러지 않아도 돼. 누난 오히려 네 형이 주는 부담이라는 걸 좀 받아보고 싶거든?

“아니, 그 부담이 아니라 부담스러울 정도로 잘생겼다고.”

“둘이 사귀면 딱 좋을 텐데. 둘이 한번 사귀어볼래요?”

“어우, 야. 됐어!”

2. 작가 소개

김성연

2004년 ‘가족이 되어줘’로 데뷔했다.

그 후 ‘구원’, ‘소년의 꿈’, ‘누나팬닷컴’, ‘나의 공주님’, ‘사랑은 땀방울을 타고’, ‘백조의 비상’, ‘맛있는 계승’, ‘허리 만져주는 여자’를 출간하였고, 드라마 소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집필하였다.

현재 정크파라다이스(http://junk.byus.net)와 단미그린비(www.kromans.com)에서 Lian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다.

liank5000@gmail.com

3. 차례

#커피를 못 마시는 남자

#짝사랑도 팔자

#마음의 결론

#쫑파티

#너 말고, 네 형

#사고

#계약 연애

#협박메일

#그녀의 눈물

#고백성사

#엄마의 급습

#사랑의 메신저

#에필로그

4. 미리 보기

소파에 드러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준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누나, 누난 왜 여길 비워두고 집에서 출퇴근을 해요?”

“집에서 나오고는 싶은데, 아버지가 허락을 안 하셔.”

“누나네 아버지가 누날 되게 좋아하나 보다.”

이제 이 정도 얘기는 엉뚱하다는 감상조차 들지 않는다.

“지배인님은 왜 독립을 안 하시는데?”

적지도 않은 나이에 수입도 안정적인 남자가 왜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리 형이요?”

“응, 지배인님은 혼자 살아도 잘 지내실 것 같은데.”

“우리 형은 혼자 살아도 심심하진 않을 거예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누구 집에 드나들 사람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왜?”

“청소하느라. 우리 형이 결벽증이 좀 심하거든요.”

내심 바들바들 떨고 있다가 예상 밖의 대답에 파안대소했다.

“좀 많이 깔끔하시긴 하더라.”

“깔끔한 정도를 지나쳤어요. 옷장을 한번 만지기가 무섭다니까요. 제대로 정리해놔야지, 이 소리가 안 나오는 때가 없어요.”

“제대로 정리해놔야지.”

차분하게 일갈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그려져, 가슴이 콩닥콩닥 설렌다.

“근데 왜 독립을 안 하시는 거지? 난 혼자 살고 싶던데.”

준이와 그의 형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이렇게 설렐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 한 일이다.

“그건 안 물어봐서 모르겠어요.”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준이 역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족이랑 사는 게 더 편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래도 나가 살면 행동에 제약이 없잖아. 예를 들면 여자친구를 데려가기도 쉽고.”

현을 붙잡고 준에 대해 캐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막상 준이랑 친해지니 이제는 현에 대한 정보를 캐묻고 있다. 짝사랑도 팔자에 있는 건가.

“우리 형 여자친구 없어요.”

여태 그것도 몰랐냐는 얼굴이다.

내가 그걸 왜 모르겠니. 혹시 여자친구 후보라도 있으면 얼른 불어라, 이 말씀이지.

“왜 없을까? 인기 많으실 것 같은데.”

슬슬 유도신문을 해보았다.

“바빠서 그럴 시간 없대요. 지난번에 할머니가 할머니 친구 손녀를 소개해준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내심 ‘나이스!’를 부르짖었다.

“아무리 바빠도 연애할 시간은 다 내던데. 마음이 없는 건가?”

도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고 제가 이러는 건지, 그녀도 몰랐다. 그저 궁금하고, 현에 대해 하나라도 알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그분이 누나 남자친구예요?”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질문에 잠깐 멍해졌다.

“누구?”

“내슈빌에서 본 그 형이요. 쫑파티 때도 잠깐 오셨었고.”

세상에, 주영이를 말하는 거다.

“아니!”

“그럼 누나도 남자친구 없어요?”

준이 굉장히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응.”

“왜요?”

“하루 종일 여기 틀어박혀 있으니 누구를 만날 수나 있나.”

“우리 형은 어때요?”

우리 형!

소스라치게 놀라 순간 척추에 힘이 확 들어갔다. 아마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면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리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을 것이다.

“지배인님? 지배인님은 남자친구로 사귀기엔 좀 부담스럽지.”

속내를 들킬까 봐 괜히 마음에도 없는 뒷걸음질을 쳤다.

“어, 왜요? 우리 형 누구한테 부담 주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녀의 말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는 준이 언성까지 높여가며 형을 변호하고 나섰다.

준아, 그러지 않아도 돼. 누난 오히려 네 형이 주는 부담이라는 걸 좀 받아보고 싶은 사람이거든?

“아니, 그 부담이 아니라 부담스러울 정도로 잘생겼다고.”

“우리 형이요?”

“너무 잘생기셨잖아.”

“둘이 사귀면 딱 좋을 텐데.”

준이 안타깝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준이 눈에 우리가 그렇게 어울리는 커플로 보였다니. 고맙고 쑥스럽고, 너무 감격스럽다.

“우리 형하고 누나하고 사귀면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잖아요.”

어울려서가 아니라,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게.”

연애 상대가 준이 말대로 그렇게 편리에 따라 구하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둘이 한번 사귀어볼래요?”

너무 쉽게 결론을 내버리는 바람에 웃음이 빵 터졌다. 준이는 그저 평소 하던 대로 형이랑 누나가 솔로라고 하니, 둘이 만나면 되겠네, 별생각 없이 말한 것일 뿐인데 이쪽에선 부담이니 뭐니 이 무슨 진지한 설레발이냔 말이다.

“우리 둘이서 합의 보면 되는 거야?”

평상심을 되찾고 애써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누나만 오케이 하면 내가 형한테 물어볼게요.”

진지한 눈빛에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얘는 정말 진심이다. 절대 농담이 아니다.

“형, 아라 누나가 형하고 사귀고 싶대. 형은 어때?”

“뭐? 그런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럼 지금 해봐. 아라 누나랑 사귈 거야, 안 사귈 거야.”

으악! 지배인님의 답변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절대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사태만은 막아야 된다.

“어우, 야. 됐어!”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직접 고백을 하고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