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도 당신은 2권 (완결)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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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300-5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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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한시준. 나 어젯밤에.”

“……어젯밤에 뭐.”

“너랑 섹스하는 꿈 꿨어.”

성연재단 나세하 이사장의 입맛대로 철저히 키워진 스물셋 나요연. 자신을 버리고 3년 동안 사라졌던 한시준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유혹해놓고선 뉴욕으로 도망쳤다.

요연이 일평생 욕망한 것은 성연재단 이사장직과 한시준밖에 없었다. 전부 다 시준에 비하면 하잘것없다.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전부 한시준 잘못이다.

그 천하의 고집불통 개자식 때문이다.

“너 각오해.”

“…….”

“지금부터는 나도 방식을 바꿀 거야.”

갖고 싶은 게 없어 외로움도 모르고 살았던 스물여섯 한시준.

나요연은 모른다. 그가 왜 그녀 앞에서 팔짱을 풀지 않는지. 그가 그녀를 위해 어디까지 했고 무엇을 버렸는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떠나 있었던 3년, 그녀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

다시는 나요연의 세계에 한시준 이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 누구도.

손은 잡지만 키스는 하지 않는 관계.

언제든 다정하게 끌어안되 섹스는 하지 않는 관계.

얼핏 보면 자유롭게 선을 넘나드는 것 같지만, 기실 지구에서 가장 엄격한 불문율 아래 뱅글뱅글 제자리만 돌고 있는 두 사람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2. 작가 소개

유나리

취미로는 싫어서 노력껏 열심히 씁니다.

▣ 출간작

그거 고백 아니었는데

악의에 젖다

좋아하는 드라마

욕망을 말하는 게임

황제 해시트

세 번째 상속인

목단에 붉은 이슬 맺혔네

좋아하게 되면 꼭 말해줘 外

3. 차례

#7. When we were young(2)

#8. 속삭이는 사랑의 거짓

#9. 외치는 사랑의 진실

#10. 은퇴한 영화배우에게

#에필로그. Love me if you dare

4. 미리 보기

당신은 친구였다.

가장 완벽한 가족이었다.

마치 한 몸처럼 편안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차원 너머에서 손을 뻗은 양 아득했다.

호숫가의 잔물결처럼 멀어질수록 아름다웠다.

운명 같았다. 이 우주에 유일한 연인이 있다면 반드시 당신이어야 할 터다.

하지만 막상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당신은 단지 신기루였다.

그런데도 벅차오르는 감각으로 지새운 밤이 많았다.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빨려들어간 어린아이처럼 꿈꾸던 나날들. 무척 황홀하여, 그와 똑같은 숫자만큼 원망을 곱씹어야 했던 현실의 밤까지.

단지 사랑과 미움만은 아니었다.

그 밖의 무수한 감정에 아직 이름을 붙여주지 못했다. 이름 붙일 수 없었다. 당신은.

어떤 단어로도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었다. 무너지지 않는 성벽 안쪽 미지의 지식이었다.

그 앞에 잠들지 않는 군인이 굳건히 빗장을 지키고 서 있었다. 그래서 헤아리지 않았다.

여기서 멈춰야 하는지, 변하지 않고도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인지.

글쎄 그것을 굳이 물어야 하는지. 굳이 지금 답해야 하는지……. 어차피, 이 밤이 지나면 다 알게 될 문제인데.

그 밤.

“난 네가 이 순간을 영원히 못 잊었으면 좋겠어.”

만약 시준이 그날 밤에라도 요연에게 사과했다면 요연은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단단한 손끝으로 요연의 아킬레스건을 물어뜯고 싶다는 듯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다가, 그녀의 무릎에 입술을 대고 뱀처럼 미끄러졌던 그다음에라도. 그러다 아침이 밝은 다음이었더라도 요연은 여지없이 그를 용서했을 것이다.

비록 눈을 보고 건네는 말이 아닌, 전화기 너머 작디작은 속삭임뿐일지라도.

하지만 시준에겐 아니었겠지.

- 이별 선물인 줄 알았으면 좀 더 제대로 받아낼 걸 그랬어.

“…….”

진짜일지 가짜일지 구분해낼 수 없는 작은 속삭임마저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나 보다.

그랬으니 요연이 그를 떠날 마음을 품었음을 알아챈 순간 드러내놓고 잔인해졌을 테지. 왜냐하면 그는 그녀가 정말로 떠나버리기 전까진 얼마든지 오만할 수 있는 남자니까.

- 날 위한 송별회였다면서, 왜 나한텐 인사도 안 하고 갔지?

“아직 안 갔어. 비행기 기다리는 중이야.”

요연은 공항 대기실에 앉아 티켓 부스를 서성이는 강바다의 뒷모습을 흘끔거렸다. 아직 떠나지 않았다고 넌지시 밝힌 것이다. 시준이 그녀가 준 마지막 기회를 잡길 바랐다.

- 그거 타지 마.

“…….”

- 타지 마. 지금 갈 테니까 공항에서 기다려.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요연은 그의 비굴한 모습을 구걸이나마 해 기대해볼 따름이었다. 또다시.

“한시준.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 뭐?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그래, 요연은 이때까지도 시준을 용서할 마음이 있었다. 한시준 한정으로 순 바보 멍청이 덜떨어진 호구 같은 게 바로 그녀, 나요연이었으니까.

엎드려 절 받는 초라한 그림일지언정 시준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들으면 지난 앙금을 다 사르르 녹여 못 이기는 척 웃음을 참아볼 자신이 있었다. 정말이다.

하지만 시준은 요연의 바람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뻔뻔하게 그의 바람을 읊었을 뿐이다.

- 나는 네가 유학 안 갔으면 좋겠어. 강바다만 비행기에 태워놓고 조용히 나와. 뒷수습은 내가 다 할게.

“…….”

- 싫어? 알겠어, 그럼 일단 출발한 다음에 미국에서 만나.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숙소에서 얌전히 기다려. 미국 어느 지역이야?

“…….”

- 어디야, 나요연. 말해.

자꾸자꾸 낮아지는 목소리로 무섭게 으름장을 놓았다.

- 빨리 말해.

아니. 빨리 말해야 할 사람은 요연이 아닌 시준이다…….

딱 한마디면 됐다. 딱 한마디면……. 그러나 또다시 한 발을 더 양보한 이는 결국 요연이다.

“틀렸어, 시준아.”

이미 낭떠러지에 한쪽 다리를 걸친 채로 꾸역꾸역 뒷걸음질 치는 기분을 시준이 알까?

“나 지금 너한테 복수하는 거야.”

- ……뭐라고?

“이 유학 3년 과정이야.”

- …….

“3년 뒤에 만나.”

그때 요연은 분명 힘주어 강조했다. 3년이라고.

네가 나를 버리고 떠났던 3년 때문에 지금 내가 이러는 것이라고, 그가 모를 수 없는 힌트를 주었다. 그러니까 빨리 사과해달라고. 그럼, 그러면.

- 야, 나요연.

“…….”

더럭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에 요연은 사고를 멈추고 숨죽여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너 각오해.

“…….”

시준이 말했다.

- 지금부터는 나도 방식을 바꿀 거야.

그가 요연에게 사과할 일은 절대로 없으리란 통보였다.

해서 그 밤.

또 그 아침이 밝은 다음까지도, 한시준은 끝까지 나요연이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전부 한시준 잘못이다.

그 천하의 고집불통 개자식 때문이다.

당신 한정으로 순 바보 멍청이에 덜떨어진 호구 같은 나였다면 단지 속삭이는 거짓이라도 기꺼이 속아 넘어가주었을 텐데, 시준의 고집 때문에 요연에게도 손해가 막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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