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액션!”
바스트 샷(Bust Shot)의 키스신, 갑자기 그의 혀가 들어왔다.
미리 약속되지 않은 성준의 키스에 희원은 눈을 뜨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었다. 지금 뭐하는 거냐는 물음도 잠시 접어둬야 하는데 아직 컷 소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야. 뭐하는 거지? 지성준, 그는 희원의 첫 주연 드라마에서 그녀의 상대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최고의 톱스타다. 촬영을 틈타 이런 장난을 칠 만큼 장난스러운 남자도 아니고 희원을 한번 꼬셔보려고 수작을 걸만큼 여자가 절실하고 가벼운 남자도 아니다. 게다가꽤나 어른스럽게 구는 희원에게 깍듯한 편이었던 그가 갑자기 이러는 것은 뭔가 잘 못된 것이다.
지성준, 너 술 마셨니? 약 했니? 지금 니가 키스하는 여자, 나야. 이희원. 너보다 4살 많고 별로 잘 나가지 않는 이희원 이라고.

-본문 중에서-

“우리 형이 이렇게 못하는 게 없으니까 아주 사모님들이 줄을 서는 거 아냐.”
동동이는 또 성준에게 타박을 들을까 슬쩍 눈치를 보며 옆에 둔 신문지를 들고 성준에게 부채질을 해 주었다.
“그치, 형? 우리 형은 정말, 진짜, 절대로, 잘나가는 사모님들은 추호도 만날 생각 없는데 말야. 그치?”
기다란 손가락이 우아하게 이온음료를 감싸 성준의 입으로 음료를 넘기더니 이내 물병을 내려 놓았다.
“뭐... 차 사주고 캐스팅, 씨에프 다 밀어주고 몇 억씩 용돈 주고 그래도 하나도 관심 없는데 말야. 아 그놈의 아줌마들 하고는...”
“동동아.”
수건으로 눈조차 가린 성준의 저음이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이 동동이를 무섭게 노려보는 것 같아 동동이는 흠칫거리며 괜한 말을 했구나 하며 바로 후회를 했다.
“예, 형님. 그게 아니라...”
“좀 맞을래?”
성준이 머리에 얹은 젖은 수건을 손으로 걷으며 동동이를 노려보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더욱 세게 파닥거리며 성준에게 억지웃음을 보냈다. 살려주세요. 형님.
“잠깐.”
성준은 부채질을 하는 동동이의 신문을 낚아챘다. 거친 그의 이목구비가 번뜩여 신문을 펼치자 역시나 스쳐보았던 희원의 얼굴이 일면에 박혀 있었다.
[도경그룹 차남과 이희원양 끝내 결별.]
끝내 결별은 무슨 끝내 결별이야. 스캔들 난지 일주일 만에 결별한 거면 차인 거나 마찬가지지.
성준은 이를 빠직 갈며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톱스타인 성준이 조연급 연기자로 별 볼일 없는 이희원의 기사만을 유독 관심을 두는 것이 동동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형은 왜 이희원 기사만 나오면 민감해요? 얘 좋아해요?”
동동이는 물으면서도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다. 성준같이 세상이라도 지배할 듯 한 배우가 어찌 보잘 것 없는 4살이나 많은 조연급 연상녀에게 관심을 있겠는가. 그것은 기우다.
“오늘 떠들썩했어요. 인터넷에 아주 악플이, 악플이 장난이 아냐. 괜히 재벌 만나가지고 이게 뭔 쪽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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