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좋아해, 주은재.”

그것이 첫 고백이자, 슬픈 짝사랑의 시작이었다.

봐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마음을 열어 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 그 돈이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거야.”

사랑은 갈기갈기 찢겨졌고, 버려졌다.

결국 그에게서 도망쳤다.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그리고 5년 뒤,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이젠 절대 안 가. 네 옆에 있을 거야.”

그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서연수, 널 좋아하니까.”

마치 열일곱, 그녀가 그에게 했던 고백처럼.

<작가 소개>

이해음(해음)

개인카페 ‘Happy Together♪’

작가연합카페 ‘그린나래’

출간작

<원하지 않아도>

<목차>

프롤로그

1. 모든 불행은 너로부터 시작되었다

2. 한때, 너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3. 당신이 나에게서 등을 돌렸을 때

4.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5. 항상 시작은 매우 무섭다

6. 사랑이란 감정

7. 그럼에도 불구하고

8. 모든 행복이 너로부터 시작되려 한다

에필로그

<본문 중에>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고개를 든 연수는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차가운 캔 커피가 뺨에 닿았다. 고개를 돌리자 은재는 그녀를 향해 캔 커피를 건네주었다.

“안 마셔?”

“나 커피 안 좋아하는데…….”

그 말에 은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마시지 마.”

투박하게 말하며 캔 커피를 가져가려고 하자 연수가 재빨리 그를 막았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 모습을 보던 그녀도 따라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쓰디쓴 맛이 입안에 퍼지자 그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으, 써…….”

연수는 괜히 마셨다는 생각을 하며 은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은재야, 어디 가!”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성큼성큼 멀어졌다. 기분이 상했나 싶어 한숨을 푹 내쉬는데, 볼에 또다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자.”

“어? 고마워.”

음료수를 얼떨결에 받아 든 연수는 멀뚱히 은재를 바라보았다. 병원 매점까지 뛰어갔다 왔는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연수는 그런 모습에 가슴이 왠지 뭉클해졌다.

자꾸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조용히 고개를 숙여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연수를 힐끗 본 은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왜…… 그래?”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은재야, 나 네가 무지 좋아.”

연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은재의 미간이 조금씩 원상태로 돌아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두 번째 고백이었지만 1년 전 그날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연수의 눈가를 보던 은재는 시선을 돌리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너 안 좋아해.”

“알아, 괜찮아. 안 좋아해도. 나만 널 좋아하면 되니까.”

지금처럼만 대해 준다면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딱 지금처럼 웃고, 울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기만 한다면 그것으로도 족했다.

연수는 살짝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언제나 옆에 있어 줄게. 네가 힘들 때 항상 위로해 줄게. 그러니까, 나한테 기대. 은재야.”

그는 조금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커피를 다 마신 뒤, 연수가 마시던 커피까지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연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