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하룻밤 상대라고, 일시적 위안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한서그룹 유 회장의 손녀이자 한서반도체 대표인 유재희. 그녀는 정략결혼을 코앞에 두고 어지러운 심중을 다스리고자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가 있는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 강원도 산꼭대기에 있는 환경연구소, 그곳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고. 하지만 그는 거기에 없었다. 대신 그를 잃고 너무 힘들었던 7년 전, 하룻밤 위안이 되어 준 그 남자, 선우윤이 있었을 뿐. 거칠어 보이지만 어딘가 따뜻한 남자. 기대고 싶은 어깨와 단단한 손을 가진 남자. 하룻밤이었지만 쉬 잊히지 않는 남자, 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또 한 번 그의 품에서 위로를 받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묘하군요. 7년 전이라……. 이런 우연이 가능하다 봐요?”

스물둘.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어린 나이. 지금보다 더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런 때. 재희가 쓰게 웃었다.

“물론. 지금. 여기. 네가 보고 있잖아.”

윤이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팔을 잡지 않은 손으로 재희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제게로 돌렸다.

“악연이군요.”

“인연이야!”

윤이 짓씹듯 말을 내뱉어 재희의 말을 정정했다.

“정말 그 하룻밤으로 끝내려고 했었나?”

찌를 듯이 다가온 윤의 눈동자가 진심을 전했다.

“말도 안 돼. 그건 원 나이트였을 뿐…….”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야!”

“우린 그날 처음 봤어요.”

“그게 어때서? 난 처음 본 순간부터 네게 미쳤어! 너도 나한테 무언가 발견했으니 따라왔던 거 아니야?”

평소대로라면 냉정하게 잘라 내야 하는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침이 꿀꺽 넘어가고, 얼굴도 화끈거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말을 부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나는 적어도 우리가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어. 그 밤을 지금도 잊지 못할 지독한 밤으로 만든 건 당신이야. 알아?”

“놔, 다치기 전에.”

“이제 협박은 안 통해. 다시는 놓고 싶은 생각이 없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시우(時雨)

2장. 조우(朝雨)

3장. 그리고 조우(遭遇)

4장. 인연의 붉은 실, 적승(赤繩) (1)

5장. 인연의 붉은 실, 적승(赤繩) (2)

6장. 인연의 붉은 실, 적승(赤繩) (3)

7장. 취우(驟雨, 소나기)

8장. 사랑은 폭우와 같이

* 이 전자책은 2011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그 여자, 그 남자를 만나다〉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