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야, 이 앤 정요원이라고 해. 이제부터 함께 유치원도 다닐 거니까 네가 잘 챙겨 줘야 한다? 요원아, 우리 아들 노바야, 사노바. 노바(nova)라는 이름은 이 아이 아빠가 지었는데, 신성(新星)이란 뜻이야. 사이좋게 지내렴.”
지은은 노바의 등을 슬쩍 밀며 그를 요원에게 소개시켰다. 그 순간 요원의 눈엔 작은 천사가 손바닥만 한 날개를 달고 눈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뽀얀 얼굴에 커다란 눈, 비스듬히 빗어 넘긴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하얀 셔츠에 체크무늬 반바지를 입은 노바는 요원이 일곱 살 평생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예쁘다!”
요원은 진심을 담아 감탄했다. 각양각색의 사탕이 진열된 사탕가게에 들어서 눈이 부셨던 경험 이래 이런 설렘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요원을 힐끔 쳐다본 노바의 반응은 냉랭했다.
“나보다 못생겼어.”
“어머, 얘가…….”
지은은 황급히 아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민망한 듯 웃었다.
“틀린 말도 아닌데, 뭐. 노바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여자애인 우리 요원이 인물이 처지네, 호호. 그래도 노바야, 우리 요원이도 어디 가서 못생겼단 얘긴 안 듣거든? 사이좋게 지내, 알았지?”
“네. 저보단 못생겼지만 유치원 애들보단 예쁜 것 같아요.”
“어머!”
지은과 하영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요원은 기분 좋은 미소를 씨익 지으며 노바에게 다가갔다. 어른들의 관심 어린 시선 아래 요원은 노바의 손을 씩씩하게 찾아 쥐었다.
“내 방에 가자.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 줄게.”
노바는 손을 비틀어 요원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을 구출해 내었다.
“내 손은 귀한 거라서 보호를 잘해야 한댔어.”
“웅―.”
요원은 이해가 되지 않은 얼굴로 하영을 올려다보았다. 노바의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묻는 눈빛이었다.
“미안해, 요원아. 주위에서 하도 잘생겼다, 천재적이다 그래서 이 자식이 그쪽으로는 눈에 뵈는 게 없어. 자뻑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은은 난감함과 민망함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아들의 잘난 척이 오만방자함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아 한숨이 푹 나왔다. 요원은 지은의 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야, 요원아. 노바가 피아노를 좀 치거든.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네 손은 백만 불짜리 손이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볼 때마다 그러거든. 우리 노바가 좀 재수 없게 굴었지?”
지은은 하영과 요원이 눈치 채지 못하게 손을 돌려 노바의 엉덩이를 슬쩍 꼬집었다. 몇 번을 주의를 줘도 고쳐지지 않은 성격 탓을 하는 거였다.
“아악, 엉덩이 꼬집지 마. 아빠가 멋진 남자가 되려면 엉덩이가 예뻐야 한다고 했는데!”
“얘, 얘가……. 흐흐, 아하하…….”
지은은 얼굴을 붉히며 멋쩍게 웃었다. 어린애한테 별 얘길 다 한다며 구시렁대는 지은이었다.
노바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뒤를 살피며 엉덩이를 쓱쓱 문질러댔다. 그러나 자신의 시각으로는 잘 볼 수 없자 휙 돌아서서 요원에게 물었다.
“야, 아직 내 엉덩이 멋지지?”
“응!”
“헉…….”
“아…….”
지은과 하영은 기가 막히고 당황스럽기도 해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어른들과 달리, 저의 없이 순수하게 묻고 담백하게 대답하는 두 아이가 귀여워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노바야, 네 손은 귀한 거야? 백만 불이 얼마야?”
요원은 작은 목소리로 노바에게 물었다.
“몰라. 아무튼 비싼 거야.”
“그럼 앞으로 노바 손은 내가 지켜 줄게!”
당찬 요원의 말에 지은과 하영은 서로를 마주보며 큰 소리로 웃어댔다. 두 아이가 사이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지은은 까칠한 노바가 요원으로 인해 부드러워지길, 하영은 씩씩한 척 해도 만날 아이들에게 당하고 오는 요원이 노바로 인해 강단 있어지길 기대하는 웃음이었다.
시큰둥한 표정을 유지하던 노바가 요원의 당찬 말에 슬쩍 표정을 풀고 물었다.
“네 방에 피아노 있어?”
“응!”
“가자.”
노바는 요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요원은 흠칫 놀라며 손잡기를 망설였다. 비싼 손을 잡았다가 흠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확연히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노바가 요원의 손을 찾아 쥐었다.
“네 방 어디야?”
“이 층!”
“야, 내 피아노 연주는 내 손보다 더 비싼 거야. 한 곡 들을 때마다 공연비 내놔.”
노바는 요원을 손을 잡고 이 층으로 향하며 까칠하게 내뱉었다. 요원은 좀 전과 달리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난 돈 없어.”
“그럼 몸으로 때워.”
“저것이!”
지은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충격을 받은 하영을 보며 지은은 황급히 변명했다.
“그게 쟨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쓰는 걸 거야. 쟤 아빠가 좀 심술궂거든, 장난도 심하고. 내가 실수할 때마다 몸으로 때우라고 그러는 걸 듣고 따라 하는 거야.”
하영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라는 시선을 보내자, 지은은 괜스레 헛기침을 했다. 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불타는 고구마처럼 시뻘게졌다.
“그, 그 전에 항상 남편이 뭘 시키곤 했으니까 아마 노바는 심부름 같은 걸 하라는 의미로 알고 있을 거야.”
“자신 없는 말투…….”
“아냐, 아냐! 분명해. 쟤가 나이에 비해 좀 똑똑해 보여도 아직 어린애라고.”
지은은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저도 확신은 없었다. 두 사람은 계단을 오르는 두 아이를 다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몸으로?”
“넌 이제 내 하녀다.”
“나 아직 피아노 연주 안 들었는데?”
“지금부터 집에 가기 전까지 한 백 곡쯤 들려줄게.”
“안 들을래!”
“하녀 하기 싫어? 그럼 여자친구 할래?”
“응!”
“그럼 연주 들을 거야?”
“응! 들을래!”
“백 곡?”
“응! 다 들을래!”
“좋아.”
뒤따라 오르는 요원을 힐끔 돌아보는 노바의 얼굴에 심술 맞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요원은 즐거운 마음에 깡충깡충 계단을 오르느라 노바의 표정을 미처 보지 못했다. 노바의 머릿속엔 백 곡을 다 들려준 뒤 그만큼의 대가를 요원에게 받아낼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안정은

4월 27일생. B형. 황소자리.
은혼비란 필명으로 활동 중.
좌우명은 ‘저 하늘처럼 강한 날개가 되어!’이다.
천둥번개에도 끄떡하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세상을 포용하는,
하늘의 강인함을 닮고 싶다.

-출간작-

[뱌빗뱌빗], [취하기 좋은 저녁], [나쁜 짓], [그대가 왈칵], [체온, 감촉 그리고 관계] 등

-출간 예정작-

[은가루의 노래], [네버엔딩 에로스], [반신의 신부] 등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