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해도 이들은 이방인인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다.

[경찰서까지 같이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차에 타기 위해 걸음을 떼던 나현의 눈에 들어온 남자.

<숙여. 최대한 깊게.>

말하는 상대의 입술을 읽는 독화(lip reading)

‘뭐?’

남자의 입술을 읽은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쾅!
굉음의 폭발소리와 함께 위로 치솟는 자동차.
연이어 여기저기서 울리는 주변의 경보장치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길거리.

“안녕, 못난이?”
“헛!”

자신을 보며 싱긋 미소 짓는, 아까 길 건너편에서 자신에게 말을 건넨 남자.

“어떻게…….”
“다시 읽어 봐.”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 움직이는 남자.
나현이 독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
평범했던 나현의 일상으로 뛰어든 남자, 루카.


<달아나, 힘껏.>

“……!”
“어서!”

남자의 말이 100m달리기의 출발 신호라도 된 듯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왜 미친듯이 뛰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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