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엄마, 아빠…… 자꾸 어디가려는 거야? 가지 마.” '나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점점 멀리 사라져 가는 엄마, 아빠, 난 그들을 잡으려 아무리 손을 길게 뻗어 봐도 닿지 않았다.'“엄마, 아빠는 우리 희원이 마음속에 있으니까 울지 마. 뚝.” '“거짓말, 나 이제 그런 말 안 믿을 거야. 흑, 다 거짓말이야! '내가 서럽게 우는데도 엄마, 아빠는 특유의 온화한 웃음을 짓고는 점점 더 멀리 사라졌다. 눈물로 인해 그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 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희원이를 꼭 지켜주는 분이 계실거야. 언젠간, 꼭 만날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끝으로 주변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내 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몇 분 후 그 소리도 점점 아득하게 느껴졌다. 순간, 난 눈을 뜨고 힘겹게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눈물 젖은 베개구나.”'꿈을 꾼 것이었다. 엄마, 아빠가 수호천사 타령을 하는 꿈. 내가 열 살이 되던 해 엄마, 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후로 15년 동안이나 계속되는 꿈이었다. 가끔은 이런 꿈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지막지한 슬픔을 안겨주어 꿈에서 만나는 인연이라도, 당장 끊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5시 20분. 출근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부엌으로 가 얼음을 가득 입에 문 채 하루를 시작한다.''나른한 오후의 뉴욕, 크고 거대한 빌딩 안에서 귀여운 외모를 가진 남자가 조금은 바쁜 듯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전화 벨소리가 왠지 모르게 다급하게 울린다. '“Hello?” '-준아, 아줌마야. 잘 지내고 있지? 밥은 잘 챙겨 먹고? '중년여성의 목소리에 준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네, 잘 지내요. 한국에는 별 일 없죠?” '-그것 때문에 전화했어. '조금은 어두운 중년여자의 목소리에 준은 안색이 굳어진다. '“왜요? 무슨 일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