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한양호텔 지하 나이트클럽,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레이저 빛 광선들이 스테이지를 가득 메우고 현란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스테이지에 무심히 시선을 던지고 있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의 안색은 다소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하고 거친 얼굴선과 깊은 눈매, 그리고 곧게 뻗은 콧날 아래로 보기 좋은 입술선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익숙한 듯 그들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있었다. 평소의 그의 성격대로라면, 조용한 바라면 몰라도 이런 시끄러운 곳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비트가 강한 음악은 도저히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대학동기인 한형석이 이 호텔의 오너인 탓에 얼굴도 볼 겸해서 약속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던 것이 실수였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지만 심하게 찡그려져있는 그의 인상은 펴질 줄을 몰랐다. 귀선이 살짝 덮일 정도의 머리가 왁스로 정돈되어 있어 깔끔하고 시원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지만 잔뜩 찌푸려진 인상이 잘생긴 외모를 다소 감소시키고 있었다. 그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회사의 현 재정상태를 보고하고 있는 비서실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길게 찢어진 눈매와 다소 높게 자라를 잡은 코로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고 있는 비서실장의 외모는 두피가 들여다보일 정도로 짧은 머리스타일로 인해 더욱 예리하게 보였다. 비서실장의 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그는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근원지를 찾았다.'창백하리만치 투명한 어깨가 과감하게 드러나는 가슴이 깊게 파인 검은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진한 화장으로 시원한 눈매며 육감적인 입술 선을 강조한 모습이었다. '풍성하고 강한 웨이브 진 검은 머리카락이 계란형의 작은 얼굴을 감싸고 있어 더욱 얼굴을 작아 보이게 했다. '그녀는 끈질기게 따라 붙는 남자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바로 다가가 의자 위에 유혹적인 곡선을 이루고 있는 엉덩이를 걸쳤다. 그리고는 바텐더를 향해 꼬냑 중 미뉴엣을 주문했다.'바에 앉아 주문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주위에 있던 사내들이 노골적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의 눈빛과도 같았다.'남가준, 그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