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아버지, 이 나무 이름이 뭐예요?”''해맑은 미소가 어울리는 소년이 제 키를 훨씬 웃도는 5m 가량의 식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무릎을 꿇어 생선살을 갈아 흙 속에 덮어주던 중년 남자가 소년을 돌아보며 인자한 미소를 보냈다.''“현아, 이건 나무가 아니란다.”''그의 말에 소년의 맑은 검은색 눈망울이 커졌다.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늘만큼 높이 솟은 식물을 바라보며 붉은 입술을 벌리고 외쳤다.''“이렇게 큰데 나무가 아니에요?”''소년이 팔을 뻗어 식물의 높이를 흉내 내 보았지만 턱없이 부족할 뿐이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정성 들여 가꾸는 정원의 식물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정원 중앙을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식물, 소년은 무엇보다 그 식물의 잎이 좋았다. 넓고 길게 펼쳐져 있는 타원형의 잎은 밝은 녹색을 띠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싱그럽고 시원했다.''“그래. 이 식물은 파초라고 한다.”''소년의 아버지가 거름을 다 주었는지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소년에게 있어 가장 큰 존재인 아버지도 파초라는 식물 앞에서는 작았다. 소년은 그것이 신기했다.''“아…… 파초.”''소년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소년의 아버지가 자애로운 눈으로 그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머지않아 미래에 아들도 자신처럼 한 가족을 꾸리고 가장이 될 것이다. 아들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아버지의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아직은 어린 아들의 저 순수한 눈망울에 담길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 주길 바랐다. ''“현아, 이 식물은 남쪽의 식물이란다. 자신이 살던 따뜻한 곳을 떠나 여기 혹한의 겨울을 견디는 식물이지. 그리움이 맺히고 맺혀 뿌리가 되고 잎이 된 식물이 바로 이 파초란다. 그러나 파초는 의젓하고 당당하게 고향을 그리워한다. 한 곳에 뿌리박았으면 제아무리 타국일지라도 손님이 아닌 주인의 풍채로 서 있는 것이 바로 이 식물이다. 아버지는 현이가 이 식물의 기상을 배우기 바란다. 현아, 너도 파초처럼 네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네 주위의 사람, 식물, 일, 모든 것을 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네, 아버지.”''매끄러운 검은 머리카락, 오뚝한 콧날, 투명한 눈동자, 야무진 입매의 소년이 그의 말에 다부지게 대답하고는 청아하게 웃었다. 햇살만큼이나 환한 소년의 미소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입가에 푸른 미소가 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