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도, 마음도 따뜻하다 못해 뜨겁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따뜻함을 갖고 있을 수 있을까요. 난 사랑이었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두 번도 세 번도 할 수 있는 사랑이지만 당신은, 당신은……. 그래서 더욱 이 새하얀 도화지엔 내 손으로 붓 길을 내기가 버겁습니다.’'이온의 손은 자신을 안고 있는 제갈근의 등 뒤로 옮겨지려다 이내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답답해요.”'‘아니, 뜨겁습니다.’'“아, 미안, 미안합니다. 제가 원래 이렇게 즉흥적이라…….”'“참! 할 말 있는데…… 저 조금 전에 생각해 낸 게 있어요.”'“뭐요?”'“거기다 지으면 좋을 건물이요.”'“훗! 하하하하!”'“왜…… 웃어요?”'“정말, 일이라면 감쪽같네요, 표정이.”'당신이 있으니까요. 당신이 있었으니까요. 처음 제가 당신을 찾아간 날, 절 향한 당신의 목소리가 상당히 날카롭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제 물음에 답해 주던 당신의 목소리는 어느 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어 버리더군요. 아! 그때였겠죠, 왠지 당신에게만은 어느 것 하나 책잡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서 버린 건.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봅니까? 얼굴 붉어지게. 반하기라도 한 겁니까? 농담, 농담이에요. 자! 그다음은…….”'“갈근 씨, 우로보로스 알죠? 왜, 자신의 꼬리를 먹어치우는 뱀이요. 제가 처음 그곳에서 든 감정이 시작과 끝이었거든요. 이렇게 원을 두 개로 그리면 무한대 같은 기호가 생기잖아요. 이렇게 세우면 S자 모양으로 만들어서 반은 자연으로, 반은 리조트로. 이곳은 제주도니까 가급적 해가 뜨는 풍경을 좀 더 일찍 받으라고 동남향으로 지으면 어떨까요. 그리고 중앙엔 제법 큰 구상나무를 심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트리도 할 수 있게.”'“구상나무요?”'“네, 그 나무는 이곳이 고향이니까 귀향목인 셈이죠.”'“귀향목. 집으로 돌아온 나무라…….”'‘하! 정말 당신한테는 못 당하겠네요. 이러면 점점 놓지 못 하잖아요. 놓을 수 없어지잖습니까.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