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첫 출근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이 다되어 잠이 든 수현은 방안을 환하게 비추는 아침 햇살에 살짝 실눈을 떴다. 그렇게 멍하니 누워있던 그녀의 눈에 벽에 걸린 시계가 들어왔다. 시계바늘을 본 그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이불을 확 젖히고 다급하게 일어섰다. 곰돌이 푸가 그려져 있는 치마 잠옷이 말려 올라가 팬티가 보이는데도 잠옷을 내릴 생각도 못한 채, 그녀는 헐레벌떡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머리에는 물만 묻히고 빗어서 묶었다. 방으로 돌아와 재빨리 립스틱만 바른 뒤 팬티스타킹을 신고, 어제 저녁 세탁소에서 찾아 걸어 두었던 아이보리 색 치마 정장을 입었다. 정신없이 밖으로 뛰어나가던 수현은 손이 허전하단 생각에 놀라서 방으로 다시 들어가 핸드백을 낚아채듯이 들고는 쿵쾅거리며 현관으로 뛰어갔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던 현숙은 딸의 발소리에 고개를 내밀고 수현일 불렀다.'“수현아! 아침 머…….”'현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경질적인 수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엄마! 왜 안 깨웠어? 출근 첫날부터 이게 뭐야? 지각하게 생겼잖아. 아무튼, 나 혹시 지각해서 짤 리면 다 엄마 때문이야? '현숙은 손에 들려있던 빨래를 내려놓고, 허리에 손을 얹으며 수현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뭐야? 그게 왜 나 때문이니? 그러게 일찍 잠이나 잘 것이지. 너 어제 새벽까지 뭐했어? 화장실가면서 보니까 불이 훤하게 켜 있는 거 같던데. 생각할수록 기막히네. 뭐라고? 유수현? 내가 안 깨웠다고? 깨우다, 깨우다 지쳐서 포기했는데, 어떻게 된 애가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니? 도대체 난 널 언제까지 깨우면서 살아야 대는데. 20년 넘게 깨워준 걸로도 부족하니? 너는…….󰡓'수현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잔소리에 잽싸게 엄마의 말을 끊었다.'󰡒늦었어! 엄마 일절만. 응? 이따 저녁에 와서 이 절마저 들을게. 나 늦었다고!󰡓'허겁지겁 신발을 신고 나가는 수현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현숙의 눈에 그녀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수현아! 너 신……󰡓 '󰡒다녀오겠습니다.󰡓 '수현은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뛰어 나갔다. 현숙은 아침도 못 먹고 정신없이 뛰어 나가는 딸의 모습에 미안해졌다. 사실 그녀에게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현숙도 딸의 첫 출근하는 날이라는 걸 깜박하고 있었다. '“에휴. 아침도 못 먹고……. 좀 더 깨워 볼 걸 그랬네.”'가만히 한숨을 내쉰 현숙은 빨래를 집어 들었다. '' 수현이 입사를 하게 된 대신 전자는 수원의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30분마다 통근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버스를 타면 지각을 할 게 불을 보듯 뻔했기에 그녀는 택시를 택했다.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택시 아저씨를 향해 빨리 가자는 눈빛을 사정없이 보내고 있었다. 윽 8시 40분 아! 조금만, 조금만 빨리 가자고요. 아저씨! 속력을 높여 봐요! 수현은 뒷자리 정 가운데에 앉아 도로와 시계, 그리고 기사 아저씨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