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재수도 없지. 왜 하고 많은 남자 중에 이 남자여야 했을까? 지혁이도 좋고 며칠 전에 선본 차순혼가 하는 그 남자도 괜찮던데. 내가 미친 남자가 그들이었다면 이 나이 되도록 잠든 남자 얼굴 보고 떨려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기록에 남을 정도로 여태껏 잠든 남자 얼굴만 봐도 가슴이 터질 것 같으니. 이거야 원. 누가 믿어 주겠어. 내가 아직 남자를 모른다고 하면. 다 이 남자 때문이야. 젠장, 책임도 지지 않을 거면서 불만 잔뜩 피워 놓고……. 나쁜 놈.”'그녀는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워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쩌다 현세준에게 넋이 나가 33살이나 되도록 남자에게 한번 안겨 보지도 못한 채 잠든 남자 얼굴만 보고도 이렇게 정신 줄을 놓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아마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일이었다. 그녀가 아직 남자를 모른다고 하면 코웃음을 칠 것이었다.'형사부 검사 3년에 형사전문 변호사 생활을 5년씩이나 한, 입 험하고 거칠기로 법조계에서 소문난 진설우가 사실은 남자도 모르는 숫처녀이고 한 남자만 보면 정신 줄까지 놓고 침까지 흘려가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자신이 한심스러워 조심스럽게 일어서려던 그녀는 털썩 침대 위에 널브려지고 말았다.'벌러덩 눕혀진 그녀의 몸 위에 조금 야윈 것 같으면서도 단단한 남자의 몸이 턱하니 자리 잡고 있었고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무언가 말도 되지 않는 말들을 수 없이 늘어놓고 있는 남자 때문에 그녀의 두 눈동자 속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35살이나 된 숫총각도 여기 있는데. 그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한국을 떠나 있던 2년 동안 밤마다 그 여자가 그리워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도 용케 살아 돌아왔는데……. 33살이면 아직 2년 정도는 더 참아 낼 수 있겠네.”'“무슨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릴. 그 여자가 먼저 시작했고 그 여자가 좀 더 열정적이어서 지금 그 여자는 미치지 일보 직전인데 어떻게 2년을 더 참으라고 해요?”'“그렇지만 풀어야 할 것도 있고…….”'“글쎄요. 뭘 풀어야 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풀어야 할 것은 그 남자의 바지 버클일 것 같은데요? 아니면 정말 3년 동안 결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남자가 알고 있다면요.”'“그렇지만…….”'“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 꽃을 바치면서 이미 허락을 청했고 그 여자는 그 남자가 건네 준 그 꽃을 받으면서 이미 허락했거든요. 단지 그 남자가 너무 바보 같아서 그 의미조차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긴 했지만.”'“설우야…….”'“한번만 더 기회를 줄게요. 어떤 이유로 날 버리고 떠났는지 묻지 않고 용서해 줄게요. 그 대신 지금 당장 그 입 닥치고 날 안아 줘요. 내 말 알아들었어요?”'“…….”'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대로 하려면 입부터 닥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 그녀와 그가 헤어졌던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2년을 그녀가 그를 놓지 못해 그의 집을 사들이고 그의 흔적들과 같이 보내고 있는 동안 그는 그녀를 지우지 못해 늘 한국 하늘만 올려다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33살 여자와 35살 남자의 설레는 처음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와 서툴게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