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굵은 눈발이 사방에 가득하여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날이었지요. 그 하얀 밤. 지아비 당신과 저의 첫 밤은…… 참으로 몽롱한 중에서도 홧홧한 열기가 새털처럼 가득한 밤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당신은 저의 하늘이 되시고, 땅이 되시고, 바다가 되시고…… 저는 당신의 새가 되고, 한 떨기 탐스러운 꽃이 되고, 찬란히 유영하는 잉어가 되었지요. 그 하얀 밤. 당신과 한 몸 된 그 밤. 제 눈앞에 펼쳐진 맑고 깨끗한 눈밭의 세계위에서…… 잠시간 저는 한 사내와 한 여인의 티 없이 맑은 극락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위에, 휘황한 금비가 수도 없이 내리었는데…… 아아. 저는 그때 당신을 끌어안으며 부끄러운 말을 내뱉고 말았었지요. 당신께서는 저의, 은혜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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