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기와 고쟁이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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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평점	: [참여수 2명]
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258-0698-1

도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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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익 (별명 : 양재기)
석차 : 제일 중학교 전교 꼴등.
외모 : 제일 중학교 전교 1등 그것도 모자라 관내 중학교 모두 통틀어 1등
성격 : hot & cool

고정희 (별명 : 고쟁이)
석차 : 제일 중학교 전교 1등
외모 : 제일 중학교 전교 10등 이내.
성격 : cool & hot

이랬던 양재기와 고쟁이가 14년 후 다시 만났다.
14년 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서른이 되어 만난 동창생의 좌충우돌 사내연애기.

-본문 중에서-

“미국에 있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어요. 미국으로 고등학교 때 건너갔는데, 미국에서 첫 식사로 스테이크를 먹는 순간부터 그리워했던 음식.”
다행히도 이야기의 주제가 음식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하지 않았던 음식 얘기가 뜬금없기는 했지만 경진과의 관계보다는 훨씬 안정권의 주제이기에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정희는 제이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음식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요?”
“뭔데요? 혹시 라면?”
“해물칼국수요.”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정희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해물칼국수다.
25년을 해물칼국수집 셋째 딸로 살아왔고 아직도 신씨네 해물칼국수집의 셋째 딸로 살고 있으니, 해물칼국수는 그녀의 입으로 가장 많이 들어간 음식이며 입에서 가장 심하게 거부하는 음식이다.
남들은 시원하고 칼칼하다는 그 해물 국물만 생각해도 정희는 머리부터 아파 온다.
“표정이 왜 그래요? 칼국수집 딸이 칼국수에 질린 것처럼.”
제이크의 말은 정희가 듣기에 ‘너, 칼국수집 셋째 딸이지?’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것보다 더 심장을 떨게 만들었다.
어제 제이크로 인해 심장이 땅으로 떨어졌다 하늘로 솟았다가, 간이 풍선처럼 커졌다가 콩알만큼 작아졌다 하면서 정신뿐 아니라 그녀의 장기까지 만신창이가 되어 너덜너덜해졌었다. 그런데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시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동네에 정말 맛있는 칼국수집이 있었거든요. 주인아주머니께서 성격이 정말 화끈하시고 대장부 같으신 분이었는데, 제가 갈 때마다 사위 삼고 싶다고 하시면서 푸짐하게 퍼 주신 그 칼국수를 미국에 가서도, 그리고 여기 들어와서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동네를 찾아갔는데 없어졌더라구요, 아쉽게도. 미국을 안 갔으면 혹시 그 아주머니 사위가 돼서 칼국수를 실컷 먹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아직도 가끔 할 정도로 꼭 먹고 싶고, 다신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지요. 그리고 그 집이 딸 셋 있는 딸 부잣집이었는데, 그중의 막내딸도 보고 싶고……. 중학교 동창이거든요.”
정희는 직원이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커피를 설탕도 넣지 않고 티스푼으로 휘휘 젓기만 하고 있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인지가 되지 않았다.
딸 셋을 둔 성격 걸걸한 여사장이 운영하는 해물칼국수집이 대한민국에서 몇 개가 될까?
제이크가 말한 칼국수집이 설마 우리 집은 아니겠지? 그런데 왜 나를 바라보는 제이크의 눈빛은 아까처럼 ‘너, 칼국수집 셋째 딸 맞지?’ 하고 묻고 있는 걸로 느껴질까?
복잡한 사고 속에서도 제이크의 시선만은 계속 의식되었다.
“그런데 그 집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
점점 더 따가워지고 날카로워지는 그의 눈, 그리고 입가에 스미는 한 줄기 미소를 보이며 그가 서서히 정희의 얼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로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만큼 제이크의 미소는 더 짙어지고 있었다.
“고쟁이, 오랜만이다.”
왜 도망갔냐고 물었을 때, 그리하여 함께 밤을 보낸 사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보다 더한 충격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더한 충격이 있었다. 온몸에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똑바로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녀의 쇼크 상태를 알아챘는지 제이크는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건네고는 그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지뢰를 밟은 듯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었던 그녀의 머릿속에 서서히 제이크라는 존재가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누구냐, 너?”
“정신이 좀 드나 보지? 이제야 누구냐고 물어보게?”
“누구냐고, 너?”
“양재기.”
양재기? 양재기? 중학교 동창 양재기?
정희는 불현듯 누구인지 생각났다. 제일중학교에서 얼굴값도 못하고 성적은 바닥이면서, 또 인물값 하느라 인기는 최고였던 양재기, 양재익.
10대 시절의 꽃미남 같은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나이 서른에 굵어진 선으로 농익은 남성의 향기를 풍기는 저 인물은 양재익이 맞을 것이다.
재익이 아니면 아무나 드러내지 못하는 저 우월하고 번듯한 외모에서 정희는 그가 재익임을 확신했다.

미리보기

재선이라는 술 취한 여자의 손을 잡고 룸을 빠져나왔다. 등 뒤로 들리는 웅성거림을 무시하고 호텔 로비까지 여자의 손을 놓지 않고 빠르게 걸어 올라왔다.
함께하고 싶지 않은 자리를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고 빠져나온 자신의 속도 모른 채 재선이라는 여자의 머릿속에는 오직 스위트룸만이 전부인지,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스위트룸 타령이었다.
“지금 가는 거예요? 빨리 가요. 결혼해서 신혼여행으로 가면 모를까, 내가 언제 그런 룸에 한번 가보겠어요? 안 그래요? 오늘 일한 보람이 마지막에서야 빛을 발하네요. 빨리 올라가요. 몇 층이에요?”
아무리 술에 취했고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신랑 측 후배라고 해도 여자가 겁도 없이 처음 보는 남자에게 호텔방으로 빨리 가자고 조르다니. 겁이 없는 건지, 무모한 건지, 한심한 건지.
“쯧쯧! 이봐요, 재선 씨, 나를 뭘 믿고 그 방에 올라가자는 겁니까? 아무리 술이 취했어도 그렇지, 그렇게 함부로 남자한테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알았어요? 가요. 아무래도 혼자 집까지 가기 힘들 거 같으니 집까지는 데려다 줄게요.”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걸어가려는데 그녀가 뿌리쳤다.
“거기 보여 주기 전에는 절대 못 간다니까요!
“이보세요! 재선 씨! 좋은 말로 데려다 주겠다고 할 때 따라나서요.”
짜증이 치밀어 올라 목소리가 높아졌고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지금 나한테 소리 질렀어요? 그쪽이 뭔데 소리를 질러요? 내가 우스워요? 야, 고쟁이 인생 정말 날로 비참해진다.”
고쟁이! 그 단어가 귀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맞다. 낯익다고 생각한 그녀의 얼굴을 고정희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니 중학교 동창, 고정희 그녀가 맞았다.
그런데 재선이라는 이름은 뭐지?
“이봐요, 정희 씨?”
방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짜증을 버리고 부드러운 얼굴과 목소리로 물었다.
“……?”
“스위트룸이 그렇게 궁금해요?”
갑자기 다정하고 상냥해진 태도 때문이었을까. 예상대로 열을 내던 그녀도 나긋하게 대답했다.
“네, 정말 보고 싶은데.”
“그럼 올라갑시다.”
그녀가 다시 배시시 웃었다. 정희라고 불러도 어떤 토를 달지 않는 그녀의 반응보다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그 웃음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이 여자가 고정희라는 확신을 가졌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정희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스위트룸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룸 안을 휘둘러보며 신기해하고 있는 정희를 등 뒤에서 불렀다.
“고정희!”
“응?”
자신의 이름을 듣고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뒤돌아보는 그녀는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왜 불러 놓고 말이 없냐는 듯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별안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못 서 있겠어. 빙빙 돌아. 세상이 빙빙 돌아.”
‘폭탄주 두 잔 마시고 세상이 멀쩡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걸 왜 마시고 있었냐?’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이름이 뭐예요?”
조만간 옆으로 쓰러져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정희에게 물었다.
“내 이름? 나, 고정희. 일명 고쟁이로 더 유명한. 왜요?”
“재선이라는 이름은?”
“아, 재선이! 그건 가명. 쉿! 더 알면 다쳐요. 이제 그만.”
그러고는 정희가 옆으로 편한 자세로 쓰러져 버렸다.
“고쟁이, 나 모르겠냐?”
“아, 몰라 몰라.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내가 그쪽을 어떻게 알아? 몰라, 다 귀찮아.”
이내 정희는 편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한숨과 더불어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이 녀석이.”
그녀가 왜 재선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규민 형수의 친구로 결혼식과 피로연에 참석했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중요하진 않았다. 그저 자칫 늑대들 속에서 위험했을 그녀를 구해 내온 사실과 14년 만에 그리워했던 그녀를 만났다는 것이 지금은 중요했다.
정희 곁으로 다가가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 주었다.
‘고쟁아, 내가 너를 얼마나 그리웠는지 아냐? 자식, 많이 보고 싶었다.’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에필로그
외전-1
외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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