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졸졸졸, 그를 따라다녔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오빠는 멋지니까요.” 

“고맙다.” 

“그래서 참 많이 좋아해요.” 

“그것도 고맙다.” 

십 년간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던 루다의 마지막 고백에, 

유호는 난생처음 혼란스러운 감정을 맞이하는데…….




-본문 중에서-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네.”
“그렇게는 생각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럼, 잡아먹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아뇨.”

루다가 우물쭈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발그스름하게 물드는 뺨이 어여쁘면서도 의심스러웠다. 유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심상찮다. 아주 가끔 뜬금없는 발상을 하는 이루다의 머릿 속이.

“무슨 생각 중이었어? 제대로 대답 안 하면 집에 안 가.”

유호의 눈빛이 건수 하나 잡은 듯 형형하게 빛났다. 루다가 잠시 눈을 굴렸다. 이 이야기를 사실대로 해도 될까.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던 루다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내가 오빠를 잡아먹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정적이 찾아들었다. 루다는 스르륵 눈을 떴다. 그의 표정이 기묘했다. 황당한 듯, 어이없는 듯, 그러나 끝내는 우스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청량한 웃음소리였다. 루다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유호를 쳐다보았다.

“진짜예요, 오빠. 팬질하는 애들 중엔 유순한 애들도 있지만, 아주 가끔 저처럼 뜬금없이 위험한 생각을 하는 애들도 있다고요.”
“어떻게 잡아먹으려고?”

웃던 유호가 눈꼬리를 손끝으로 닦으며 물었다.

“그거야, 뭐, 이렇게 저렇게.”
“그러니까. 그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오늘따라 집요하다, 강유호 씨.
루다가 알 거 없다는 듯 손을 가로저었다. 그러자 유호가 두 팔을 벌렸다.

“먹어 봐.”
“……네?”
“잡아먹어 보라고. 기회를 줄 테니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맺혀 있었다.

“장난치지 마요.”
“장난 아닌데. 기회를 주는 거야. 마지막일지도 몰라. 잡아먹히는 거.”

말하는 내내 유호의 입술엔 유쾌한 웃음이 맺혀 있었다. 평소라면 넋을 놓고 하염없이 바라보겠지만, 지금은 ‘네가 감히 나를? 코앞에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네가?’라고 거만하게 묻는 듯해서 자존심이 살짝 상했다.
내가 상상 속으로 오빠를 이리저리, 요리조리 해먹은 게 몇 번인데.
조금 울컥한 마음이 된 루다가 한 발자국 다가섰다.

“코트라도 벗어야 하나?”

유호의 물음에 루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되겠다. 오늘 밤에 이불 안에서 이단 발차기를 하더라도 저 얄미운 웃음만큼은 얼굴에서 지우고 싶다.
루다가 이전보다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유호를 밀친 후, 루다가 그의 몸 위에 앉았다. 유호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제 어쩔 건데?”

여전히 유호의 입술엔 웃음이 맺혀 있었다.

“이게 끝이면, 용두사미이…….”

유호의 말이 끝맺어지지 않았다. 그의 말이 보드라운 루다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신 말이 흘러나가는 입술 사이로 부드러운 혀가 밀려들었다. 코끝으로는 달콤한 체향이, 입속으로는 그보다 더 부드럽고 말캉한 혀가 들어와 온 감각을 헤집었다.
눈앞으로는 눈을 감고 있는 루다의 모습이 보였다. 작정을 한 건지 루다는 두 손으로 그의 뺨을 감싸더니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가느다란 손끝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그 자리마다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요량으로 있던 유호의 목덜미가 빳빳해졌다.
최선을 다해 유호가 했던 것처럼 키스하던 루다가 유호의 어깻죽지를 손으로 짚은 채 잠시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