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나를 휩쓸고 지나갈 동안 그는 내 입을 틀어막은 손을 풀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떼고서 내 어깨를 잡아 돌려 자신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그는 내 팔을 잡고 비칠거리는 내 몸을 받쳐 주었다. 만약 그의 단단한 팔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대로 까무러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제야 나는 어슴푸레한 달빛에 드러난 낯익은 얼굴을 알아보았다. 쾌활한 눈동자, 약간 구부러진 코, 그리고 마치 재미난 장난을 치고 있기라도 하듯 히죽거리고 있는 커다란 입술, 제레미 본드였다.
“정신을 잃을 작정이오?”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중얼거렸다.
“좋아요. 당신을 붙잡아 줄 테니 계속해요. 난 기절한 여자에게 아주 잘 해 주는 남자요.”
“기절하지 않아요.”
“그것 안됐구려.”
“그런데 어떻게……?”
그가 내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말했다.
“물어 볼 말들이 수없이 많을 거요. 나중에 모든 것을 말해 주겠소. 지금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 열 명의 정예 요원들이 항구에 있는 모든 배에 폭탄을 설치하고 있다는 거요. 창고도 마찬가지요. 삼십 분 내로 여기저기에서 펑펑 터지는 것을 구경하게 될 거요.”
“제레미……. 이게……, 정말 당신인가요?”
“그렇소. 분명히 살아 있는 나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사실일 리가 없…….”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것은 현실이오. 당신은 결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오, 마리에타.”
그는 다시 한 번 내게 확신시켜 주었다. 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들렸다. 소리 없이 눈물이 내 뺨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는 날 끌어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음악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설움에 겨워 흐느껴 우는 나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나는 그의 넓은 어깨에 팔을 두르고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갑자기 그가 사라져 이 모든 것이 환영에 불과할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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