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지난번에 보았던 그 사내가 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길 건너편에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본 그는 재빨리 내게서 등을 돌리더니 어슬렁거리며 모퉁이를 돌아가 버렸다. 누구지? 왜 우리 집을 살피고 있는 걸까?
지난 두 주일 동안 그를 자그마치 여섯 번이나 보았다. 거대한 몸집에 덥수룩한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천박해 보이는 그 사내는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어두운 색깔의 바지와 무거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 사내의 생김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나의 불안에 대해 언급했을 때마다 데릭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건성으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마리에타, 길거리에서 낯선 남자들이 당신을 눈여겨보는 건 당연해. 당신은 아주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여자니까. 게다가 그런 드레스를 입은 당신의 모습은 뭇사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
그의 마지막 말에 나는 화가 났었다.
데릭은 나를 사랑한다. 나는 그 점을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나세츠를 떠나 이곳 뉴올리언스에 집을 얻은 이후로 나를 향한 그의 태도에 뭔가 모를 불만이 느껴졌다.
그는 나를 사랑하며, 우리는 영국으로 돌아가자마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나는 제프와 헬머트와의 떠들썩한 내 과거를 데릭이 모두 용서해 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데릭은 내 과거를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숙부와 사촌들에게 강탈당한 호크가의 영지 문제를 놓고 영국에서 열린 재판에서 승소한 후 나를 찾으러 다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어쩌면 내 이런 생각들은 자격지심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진창길을 피하기 위해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올리고 나는 현관 계단 아래로 내려섰다. 아침 나절에는 많은 비가 쏟아졌으나 지금은 하늘만 무겁게 가라앉은 채 공기가 후덥지근했다. 나는 뉴올리언스에 온 이후로 톡 쏘는 듯한 소금기가 배인 눅눅한 공기, 타르와 이국적인 향료, 그리고 약간의 곰팡이 냄새에 익숙해져 있었다.
오후의 소음은 요란했다. 상인들이 손님들을 끌기 위해 지르는 소리, 거친 자갈길 위로 덜그럭대며 지나가는 마차 바퀴 소리, 새장 안 횃대 위에 앉아 있는 앵무새의 날카로운 외침……. 도시는 생물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화려한 색채 속에 살아 있는 듯하면서도 무기력한 기운이 넓게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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