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3년, 마티 킬리그루의 일기

집을 떠난 이후로 일기 쓰는 것을 너무 소홀히 했다. 앞으로는 열심히 써야지. 먼 훗날 다시 읽어보면 재미있을 테니까.
벌써 9월이 왔다.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아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난 지금 굼뜬 가을 암퇘지처럼 몸집이 거대해져 보기 흉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바큇자국이 난 길을 따라 끊임없이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번갈아 가면서.
세인트루이스를 떠나온 지 이제 겨우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 당시 패트릭과 난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가슴이 설레었고, 머릿속은 모험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뒤돌아보니 아주 오래 된 일인 듯 아득하기만 하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강을 건너서 이곳까지 왔다. 처음 며칠 밤은 즐거웠다. 패트릭의 할머니께서 결혼 선물로 주신, 깃털로 속을 채운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잤다. 사랑하는 할머니! 지하에서 편히 쉬시기를…….
우리는 우리가 갖게 될 멋진 농장에 대해 밤이 깊도록 이야기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80만 평의 비옥하고 기름진 땅을 상상하면서!
그곳엔 우리에게 도움을 줄 만한 친척도 친구도 없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약속의 땅’으로 가고 있으니까. 이미 모든 것을 얻은 듯 행복하다.
패트릭은 종종 삐걱거리는 마차 안에서 내 배에 손을 얹고는, ‘우린 한 가족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패트릭과 나, 그리고 아기, 그렇게 셋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난 패트릭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패트릭이 태어난 오하이오의 작은 농장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삶을 꾸려나가길 내가 얼마나 원했는지 말이다.
우린 땅을 팔아서 저주받은 이 마차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느릿느릿 걷는 수소와, 어느 누구도 다 먹어치울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말린 콩과 건빵을 샀다.
함께 떠났던 일행 중 몇몇 집은 되돌아갔다. 첫 번째 강을 건널 때 세 집이 돌아갔고, 지평선 너머에서 인디언들이 피워 올리는 연기를 보고 두 집이 더 떠났다. 콜레라는 한꺼번에 네 가족을 모두 저세상으로 데려갔다.
필린스 씨 가족과 링우즈 씨 가족에게도 병이 옮자, 우리는 그들을 남겨두고 떠나야만 했다. 마차 여행 책임자는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고, 눈이 오기 전에 고지대를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병이 전염될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엘렌 링우즈는 여전히 나의 친구이다. 난 그녀의 절망적인 눈빛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아픈 남편과 열로 끓고 있는 네 어린아이를 두고 떠나는 우리를 바라보던, 그 절망적인 눈빛을. 마치 가끔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버려진 파이프 오르간이나 낡은 옷장만도 못한 것처럼 버려졌을 때의 그 눈빛을, 난 기억할 것이다.
이제 고백하는데, 난 그렇게 버려지는 것이 다른 그 무엇보다 두려웠다. 울긋불긋 칠을 한 말을 타고 창을 든 채 우리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인디언들보다도 더 두려웠다. 이 광활하고 공허한 곳에 홀로 남겨지는 것은 죽음 그 자체보다도 두려운 것이다. 그건 생각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남편 말로는, 이 지역은 기병들이 순찰을 돌고 있기 때문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반드시 우리가 남겨두고 온 사람들을 발견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하지만 캔자스를 다 지나오도록 군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남편은 아직 내가 그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땅은 인디언들의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하다. 할 수만 있다면 난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이젠 그만 써야겠다. 글을 쓰면 마음이 많이 안정되지만, 잉크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젠 이 한 병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나마 벌써 바닥이 나고 있다.

일기를 쓴 지 3일이 지났다. 우린 산악지대를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점점 더 높이, 오르고 또 오른다. 때론 경사가 너무 급해서 자리에 똑바로 앉아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뒤쪽에서는 짐들이 이리저리 부딪치며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낸다. 난 너무 무서워서 남편에게 마차를 좀더 조심스럽게 몰아달라고 애원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좁은 곳에서는 남편이 소 옆에 서서 걸어가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들이 겁을 집어먹고 발을 헛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소들에게 낮은 소리로 워워거리며 길을 안내하고 있다.
해가 기울고 어둠이 깔릴 무렵, 마차를 멈추고 쉬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마차에서 내리려면 패트릭이 날 안아주어야 한다. 이젠 배가 아주 많이 나왔고 움직임도 둔해졌다. 체임버스 부인은 아기 머리가 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곧 아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너무 무섭다. 만약에 진통이 시작된다면, 난 이 지옥 같은 마차 안에서 아기를 낳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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