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청룡이다. 지구 총사령관이자 용족의 지배자, 모든 혈족의 보호자 등등의 거창한 직위를 가지고 있다. 나는 용족이다. 용족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야 새로운 생을 얻는다. 외롭게 지내던 어느 날 하늘의 보살핌으로 드디어 내 운명이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지? 내 운명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좋은데 왜 하필 미성년이란 말인가. 그녀는 고등학생이었다. 용족으로서의 본능은 미성년이면 어떠냐, 어여 본능에 충실하라고 충동질한다. 하지만 인간세상에서 키운 이성이란 놈은 성인이 될 때까지 참으라 한다.

나의 아름다운 그녀. 그녀를 보기만 해도 행복한 난 미칠 지경이다. 하루에도 열 두 번 천국과 지옥을 반복해 왔다갔다한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는 그녀는 날 남자로 생각해 주지 않는다. 프로포즈를 해도 농담으로 여기기 일쑤고, 사랑고백을 해도 헛소리한다고 핀잔을 준다. 기나긴 밤 대바늘로 허벅지를 찌른 게 몇 번이던지…….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고백에 성공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간난신고가 있었던가. 고백의 기쁨도 잠깐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학교에서 너무도 인기가 좋은 그녀에게 친위대가 있을 줄이야. 그것도 여학생으로 구성 된.

이 내가! 청룡인 이 내가! 지구 총사령관이자 용족의 지배자, 모든 혈족의 보호자로 인간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던 이 내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아녀자들과 싸워야 한단 말인가?

 

<작가 프로필>

최수선
서식지는 부산으로 종종 전국에 출몰하기도 한다.
나이가 드니 날이 궂으면 온몸이 아프다고 징징거리고 있음.
새해가 될 때마다 날씨 좋은 나라에 가서 한 달 이상 놀다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글 쓸 생각은 안 하고 놀 궁리만 하고 있다고 야단맞고 있음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