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작가

유나 힐, 여섯 살에 미국 시애틀로 입양되어 양부모님 곁에서 외동딸로 사랑받으며 컸다. 번역 및 통역 일 때문에 딱 3년만 살 생각으로 한국에 왔다. 10년동안 동고동락한 강아지 샘을 데리고 타지에서 외롭지만 씩씩하게 살아갈 생각이었는데, 이사 온 빌라의 옆집 남자가 자꾸 신경 쓰인다. 키 크고,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데 게다가 요리도 잘하는 이 남자,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인 것 같다. 그럼 뭐하나, 거의 매일 집에만 있는 백수같다. 그래도 그의 쓸쓸해 보이는 눈빛 때문일까? 어쩌다보니 옆집 남자를 궁금해하는 자신을 깨닫는다.

윤기성,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배우다. 데뷔는 아이돌 가수였지만, 현재는 배우로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다. 최근 출연한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어디를 가도 시선을 끄는 그인데, 옆집으로 이사 온 여자가 그를 전혀 몰라 본다. 본업 일정으로도 하루가 바쁜데 자꾸만 신경 쓰이는 옆집 여자, 왠지 모르게 그녀가 마음에 든다. 온갖 변명을 갖다 붙여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아무튼, 감사해요. 아저씨가 동물을 좋아하셔서 다행이네요. 샘이 가끔 짖어도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뭐, 개야 짖을 수 있는 건데요. 그런데 저 아저씨 아닌데. 아직 결혼도 안 했어요.”

옆집 남자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저요? 서른다섯…….”

그녀의 질문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나이는 아저씨 맞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아저씨는 좀…….”
“이름이 뭐예요?”

이번 그녀의 질문에는 그가 대답 대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요?”

갑작스러운 큰 웃음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하하하, 아니에요. 잠깐만요, 미안해요.”

그는 쉽게 웃음이 멈추지 않는지 결국 콜록거리며 기침까지 했다.

“미안해요. 내 이름은 윤기성이에요. 윤, 기, 성.”

기성이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그녀의 가슴에 새기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