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작가

“많이 보고 싶었어.”

여전히 나쁜 놈이다. 불쑥 나타나서 가슴을 후빈다.
더 이상 흘릴 피조차 남아있지 않은, 죽어버린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한다.
입을 앙다물었건만 뜨거운 눈물이 창백한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불타오르던 사랑도 그리움도 시간이 지나면 바래지고 희미해져서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는다더니 순전히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한재욱 바라기였던 공윤서의 모습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서핑 중 파도에 휩쓸린 형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재욱. 햇살을 품은 여자 공윤서.
그의 차갑고 메마른 심장이 따듯한 햇살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