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 달란우르트의 여자 투야나란.
연이어 두 명의 남편을 떠나보내고, 시모와 단둘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박복한 팔자라고 말한다.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음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지만…….
유목민에게는 생명과 같은 가축마저 병이 돌아 얼마 남지 않게 되고, 이듬해를 나기 어려워진 처지다.

그러던 어느 날, 코스 산맥 너머 칸트라 부족의 아스탄 타흐나크가 투야나란에게 청혼한다.
칸트라 부족은 용맹하고 강인하며 잔인하기로 유명한 부족.
아스탄은 무정하기로 이름난 초원의 전사.

생김새가 전혀 다른 사람들, 낯선 언어, 낯선 노래, 낯선 풍습.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땅에서 투야나란은 마침내 황금빛 눈동자의 사내를 만난다.
아스탄 타흐나크는 창공을 비상하는 아름다운 매와 같은 사내.

투야나란은 잔인하다는 악명과 달리 무심한 듯하나 사려 깊고 진중한 아스탄에게 서서히 마음이 이끌리지만…… 아스탄이 자신과 결혼한 이유가 순전히 동정심 때문이며, 그의 진정한 사랑은 죽은 전처라고 오해하여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한편, 아스탄 역시 여자 둘이서 어렵게 살아가는 처지가 가여워 투야나란을 아내로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은은한 연꽃 향기가 감도는 젊고 싱그러우며 강인한 여자에게 점점 이끌리는 것을 애써 부정하며, 그녀가 기구한 운명만 아니었다면 자신보다 더 좋은 사내와 만나 화목하게 살았으리라 믿는다.

자신을 배척하는 칸트라 부족 사람들의 차디찬 시선을 묵묵히 견디며 투야나란은 아스탄에게 자랑스러운 아내이자 앞으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그런 투야나란의 마음을 모르는 아스탄은 그녀에게 어울리는 젊고 건실한 사내를 찾는다면 기꺼이 재가시켜주리라 생각하며 자신의 진심을 외면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초원에 푸른 새순이 돋고, 앙상하게 여위었던 가축들이 살이 오르며 세상이 풍요로워진 때.
말들이 힘차게 달리는 소리, 목양견의 힘찬 울음, 굶주린 늑대의 포효, 풀벌레 우는 초원의 밤.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유목민 무심남 연상남 덤덤녀 오해 나이차이 가상시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