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읍. ”

또다.

그의 숨결이 제 귓가를 간질일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괴상야릇한 이 울렁거림. 그가 쏘아 놓은 독침이라도 맞았는지, 온몸이 오싹하다.

“ 김별과 백도원 사이에는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다고 말했어. ”

귓가에 닿는 그의 목소리와 따뜻한 숨결. 제 얼굴을 쓰다듬으며 올라오는 그의 섬세한 손가락. 도원의 도발이 날이 갈수록 자극적이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입술만 달싹거리던 별은 이 남자에게 삼켜지는 건 정말 시간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위험한 걱정이 앞섰다.

“ 김별의 모든 감정과 모든 표정은. 백도원 나 하나만 보고 있어야 하니까. ”

도원의 억지스러운 발언과 함께 욱하는 마음이 튀어 올라오며 별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교수님이 매일 이렇게 괴롭히는데, 제가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별의 얼굴을 매만지던 백도원의 손이 멈췄다. 잔혹하도록 차갑던 얼굴은 곧 붉은 입술을 매끈하게 끌어당기며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 기억을 찾아야 하는 건 김별 너의 몫이 아니었나? 앞으로의 장학금을 위해서라도 좀 참아보는 게 어때. 혹 정말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르잖아. ”

6년 전 김별을 바라보듯 증오에 차오른 저 눈빛. 도대체 무엇이 저 남자를 그토록 갈망하게 했는가? 김별의 괴로움 따위에 얽혀서 목이 마른 맹수가 되었냐는 말이다.

그래, 백도원.

한번 해보자. 김별이 잃어버린 그 망할 기억 속의 백도원, 당신을 반드시 찾아낼 거다. 반드시 찾아내서 더는 그 따위 표정을 짓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집착남 상처남 재회로맨스 기억상실 교수 소유욕 숨겨진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