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춥다. 문짝이 맞지 않는 시골 촌집. 아무리 오리 백숙 집이라 하더라도 근사한 곳이 많고 많을진대.'송주는 군청색 모직 남방의 옷깃을 여미며 허름한 방 안을 힐끗거렸다. 지난 여름 물이 새었던 자리인 듯 누렇게 빛이 바래고 얼룩진 천장. 벽에는 그 흔한 액자 하나, 하다못해 메뉴판조차 걸려 있지 않았다.'선득한 방은 온풍기도 없어 삐꺽삐꺽, 그녀의 뒤로 열풍기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소리를 내며 회전하고 있었다.'“여기가 제일 맛있거든요.”'대광이 음식을 입에 문 채 씨익 웃자 금니가 반짝거렸다. 휴……. '송주는 상을 마주 하고 앉은 사람들을 살짝살짝 노려보았다. '마주 앉은 자리에는 핑크 빛 앙고라 가디건이 화사한 지연과 베이지 색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상연이 서로를 바라보며 수줍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에 더욱 깊은 한숨을 쉬며 옆자리를 살짝 노려보았다. '옆 자리엔 어디서 샀는지 그 출처가 의심스러운 황토 빛 터틀넥 차림의 대광이 그녀를 보며 여전히 금니를 드러내며 방긋거렸다. '새삼 솟구치는 분노에 송주는 비릿한 물 냄새가 나는 컵에 찬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호호호, 상연 씨, 이거 좀 드셔보세요.”'“네. 지연 씨는 왜 안 드세요? 좀 드셔보세요.”'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은 절대 알 길 없는 지연과 상연, 두 남녀는 한쪽 귀퉁이가 툭 나가떨어진 상 위에서 송주의 염장을 질러대고 있었다. '“흐흐, 송주 씨. 송주 씨도 먹어요.”'그때 불만에 가득 차 노려보기 바쁜 그녀에게 어느새 집었는지 대광이 불쑥 옷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가느다란 팔을 뻗어 오리 가슴살을 먹여 주었다. '엉겁결에 입을 벌려 받아먹기는 했지만 고기가 얼마나 퍽퍽한지 송주는 숨이 턱 막혔다. 아니, 이 남자가 날 숨 막히게 해 죽이려는 심산이야? '“컥! 콜록, 나 물……, 물 좀…….”'“어머, 송주야. 여기 물.”'가슴을 팡팡 치는 그녀에게 지연이 물 컵을 들어 주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켠 송주는 겨우 체증이 사라지자 대광을 바라보았다. '당신, 제대로 하는 게 없네.'“송주 씨, 그렇게 맛있었어요? 숨이나 쉬면서 먹지.”'하지만 그녀의 시선을 관심의 시선을 알아차린 대광이 엉덩이를 꼬물거리며 그녀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중얼거렸다. '“내가 또 사줄 테니까 천천히 먹어요. 자요, 아~.”'“흠흠……, 됐어요. 전 그만 먹을래요.”'송주는 손을 흔들어 사양하고 옆으로 비켜 앉았다. '살짝 지연을 노려보자 지연은 그녀의 시선을 태연히 피해가며 앞에 앉은 근사한 남자에게 백치 같은 웃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나쁜 것! 지난 20년 동안 남자와 관련된 지연의 만행을 겪을 만큼 겪었지만, 오늘처럼 사전 예고 없이 끌려온 것은 또 오랜만이라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