섧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지하철역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수도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래, 이젠 정말 그만 하자…….’'여전히 미련이 진득한 가슴에게 그리 말해 주었다. '더는 견뎌 낼 힘이 없다고, 더는 버텨 낼 자신이 없다고.'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라도 그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침묵 속에서 식어 가는 두 잔의 커피와 간간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들여다보는 그의 모습이 전부였다.'더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속눈썹 끝이 시큰거려 왔다.'아직 온기가 느껴지는 머그잔을 손바닥으로 감싸안으며 아현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우리…… 그만 해요.”'고작 이런 순간을 위해 그 많은 눈물을 삼키고, 아픔을 견뎌 냈다는 사실이 아현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아현은 텅 빈 가슴으로 뛰어드는 시린 바람 소리를 들었다.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애써 참으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무표정한 그의 얼굴, 담담한 그의 목소리, 그걸로 충분했다.'주말의 대학가 근처 카페가 그렇듯, 등 뒤에서 유쾌한 웃음이 들려왔다. 한 남자를 사랑하던 동안 아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섧게 내리는 빗물에도 젖지 않을 것 같은 낭랑한 소리였다.'미지근하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아현은 들고 있던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6년을 만나 오는 동안 그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 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가슴에 남은 건 가눌 수 없는 상처뿐인데…….'아현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우연히라도. 먼저 일어날게요.”''프롤로그'Wish List'기억, 조금도 멀어지지 못한'왜곡된 기억'안녕히 가신 그대'숨어들다, 여전히'습관'Out of sight, out of mind'사랑이 지나가면…….'깊고 푸른 새벽…….'보고 싶다, 당신이…….'다친 마음, 닫힌 마음'말로 할 수 없는 것들'환상방황(幻想彷徨)'슬픔을 아우르던, 찬연한 슬픔 하나'다시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