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신기한 여자와 이상한 남자''''이 시대 최고의 엘리트그룹 JS신드롬! 현재 JS그룹의 지주회사인 (주) JS의 대표이사 박영운 사장(32)이 기업인들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소위 재벌2세라고 불리는 박영운 사장은 32살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친이 물려준 수백억대의 자산과 주식을 키워가고 있는 도중 또 한 번 대박사업에 뛰어들었다. 많은 관계자들과 기업인들은 그의 사업 수완과 경영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언론에는 절대적으로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사업을 할 뿐이라고 JS그룹 관계자가 전해 왔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신비주의로 인해 언론계에서는 더 많은 관심을 그에게 집중시키고 있다.'“자, 오늘 기사들 잘 읽었지?”'한 남자가 오늘 발간된 신문을 원탁에 툭 던지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에어컨 때문에 춥다는 느낌까지 드는 한 방송국의 회의실에서는 목에 출입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원탁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앉아 한 중년 남자의 말을 듣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의 눈을 피하는 사람들을 향해 남자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뭐야! 누구 나설 사람 없어? 이봐, 우리 방송사에서도 뭐 하나 따내야 할 거 아니야! 언제까지 예능프로만 볼 만한 방송국이라는 소리나 듣고 있을 거야! 그러고도 당신들이 프로듀서야? 머리를 좀 써보란 말이야!”'“하지만 국장님, 국장님도 기사에서 읽으셨던 것처럼 비밀이 많은 인간이라고요. 저희가 기자도 아니고 말 그대로 프로그램 연출하는 사람들인데 기자들처럼 그 인간 쫓아다니면서 취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맞아요. 저희는 연출가들이라고요. 기자가 아니라.”'“그 말이 맞아요.”'여기저기서 항의하는 프로듀서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 한창 잘 나가는 CEO인 JS그룹 박영운 사장의 사업성공 비결과 사생활 공개. 누가 들어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는 언론에 일체 자신을 공개하지 않았고, 대재벌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게 여자와의 스캔들 하나 없었다. 그런 사람을 취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니, 오히려 하늘의 별 따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를 쫓아다니는 기자들도 그의 완벽함에 하나 둘 무릎을 꿇고 취재를 포기하고 있었다. 물론 국장도 그를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직업이고 의무였다. 예능프로만 유명한 방송국이라는 소리에서 벗어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박영운 사장을 취재해 그의 사업수완의 비결과 기업경영철학을 알아낼 수 있다면 방송가에 한바탕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임에 틀림없었고, 시사교양국도 단번에 주목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시도라도 해보길 원했다. 아니 꼭 해야만 한다. 국장은 프로듀서들의 말을 못들은 척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누가 할 거야? 누군가는 해야 할 거 아닌가!”'국장의 말의 그들은 서로 눈을 피하기에 바빴다. 자신들이 사립 탐정도 아니고 베일에 가려진 신비주의자 재벌을 무슨 수로 취재하고 인터뷰를 따내 방송한단 말인가. 프로듀서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이동운 국장도 솔직히 억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번 노력이라고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 국장은 프로듀서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조규희 PD가 한번 해보지 그래? 어떤가? 자네는 신입이고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