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몸이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붕 떠 있는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허벅지 안쪽에서 시작된 짜릿함이 흐르는 피를 따라 다니며 몸을 간질이고 있는 것 같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짜릿함은 몸을 간질이다가 묵직하게 아랫배를 누르는 것 같기도 했고, 폭신폭신한 솜이불 같은 구름 위를 뒹구는 것 같은 달콤함을 주기도 했다. 꿈인가? 민주는 눈을 끔벅거려 보았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 온 몸에 힘을 바짝 주는 순간, 짜릿함이 머리를 관통하고 뜨거운 열기만 남긴 채 사라졌다. 눈이 떠지질 않는다. 나른한 기운이 몸 전체로 스며들어 민주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야릇한 꿈이다, 생각한 민주, 그대로 다시 깊디깊은 잠 속으로 미친 듯이 빠져 들었다. ' '입 안에 모여 있던 수분들이 방 안 어디론가 증발을 하다못해 가뭄에 찌든 논바닥처럼 혓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은 갈증이 일었다. 갈증이 난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정수리에 대못을 꽂아놓고 누군가 망치로 꿍꿍 머리를 쪼개고 있는 것 같은 끔찍한 두통이 2차로 찾아들었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민주는 벌어지지도 않는 입술을 겨우겨우 벌려 힘겹게 한마디를 뱉었다. '“끄어…… 죽을 것 같다. 영현아 나 물 좀…….” '옆에 누워있는 영현은 그녀의 말에 몸을 한번 살짝 비틀기만 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행동도 없다. '“영현아, 나 물 좀……. 목이 타들어가고 있어.” '이번에도 영현은 대꾸 없이 낡은 침대를 삐걱거리게 만들며 몸을 한번 움찔거릴 뿐이다. '이 미련퉁이 곰 같은 년. 게을러빠진 년. 잠들었다 하면 누가 엎어가도 모를 년이지, 이런 년한테 물 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어. 투덜투덜, 깨지 않는 영현에 대한 불평을 끝없이 늘어놓으면서 일어날 줄 알았던 민주가 한 행동은 머리에 올려 진 손을 내려 그녀의 몸을 흔드는 것이었다. 누가 미련퉁이 곰이고 누가 게을러빠진 년이라는 건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다. 어쨌건 민주는 손을 뻗어 영현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이러다보면 귀찮은 년이 먼저 일어나겠지. '“야, 이영현, 나 물 좀 달라고. 목말라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영현의 몸을 귀찮을 정도로 흔들어대고 있던 민주의 손에 뭔가 딱딱한 것이 스쳐 지났다. 별 생각 없이 그 물건을 손으로 움켜쥔 민주. '“아, 미친년 또 밤늦게까지 TV 보다가 잤구만, 내가 리모컨 침대에 두지 말랬지, 자다가 만날 등짝에 배긴다고 몇 번을 말해? 그만 처자빠져 자고 일어나서 물 좀 달라니까! 나 죽겠다고!” '결국 버럭 소리까지 지르며 손에 쥔 리모컨을 침대 밖으로 인정사정없이 내팽겨 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허공에 뜬 건 리모컨이 아니라 자신의 빈손이다. 응? 분명히 집어던졌는데? 어디 갔지? 그런데 잠깐만……. 뭔가 이상하잖아? 영현이는, 그 미련퉁이 게을러빠진 영현이 년은 분명히 시집갔는데? 왜 시집간 영현이가 지금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거지? 어제 우린 만나지도 않았는데? 그럼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물건은 뭐지? 영현은 분명히 6개월 전에 만날 잡아먹듯이 으르렁거리던 장수와 결혼을 했다. 그것도 혼수로 애까지 덜컥 뱃속에 넣어가지고선. 그 사실이 머릿속으로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 아주 생소한, 그리고 잔뜩 잠긴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을 것 같이 목이 마르면 차라리 스스로 일어나서 마시는 게 빠를 것 같은데……. 그리고 남의 중요한 부분을 마구 움켜쥐는 건 실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