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뱀파이어들에게 만월의 의미는 남달랐다. 본성이 더 극대화되고 헌터가 무서워 꽁꽁 숨어 있던 뱀파이어들이 속속 기어 나오는 밤. 죽음을 부르는 사냥이 시작된다. 말 그대로 피의 사냥…….' '이안은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한 남자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조급하지 않게 마치 즐기듯이 여유롭게 그를 옥죄어 갔다. 사냥을 할 때의 짜릿함이란? 해보지 않고선 절대 느끼지 못하리라……. 이안은 이 느낌이 너무 좋았다. 지독히도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상대를 한껏 여유롭게 놓아주다가 어느 순간 공포로 몰아넣으며 단번에 목을 그을 때의 그 쾌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사냥감이 달아나길 기다렸다가 그 체취를 쫓아 순간이동을 했다. 평상시라면 사냥을 할 때 순간 이동은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어쩐지 빨리 끝내고 싶었다.' “꺄아악!”'멀리 달아났다고 생각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 이안이 제 눈앞에 서 있자, 상대는 놀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검붉은 눈을 빛내며 이안에게 애원했다.' “살려줘…….”'“내가 왜?”'“우리의 사냥감은 인간들이지……. 서로가 아니잖아?”'“아니? 너 사냥감 맞아. 적어도 내겐 그래…….”'이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검으로 그 남자의 목을 그어 버렸다. 순식간에 재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존재……. '요즘 들어 자꾸만 더 갈증이 났다. 전엔 한바탕 사냥을 하고 나면 가라앉곤 했던 분노 혹은 흥분이 이젠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마치 지금 당장 세상의 뱀파이어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강한 살기가 온몸을 지배했다.'혜리……. 그녀를 안고 취할수록 그 달콤하고 향긋한 피를 맛볼수록, 더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전에 없이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원래는 어떤 일에도 크게 동요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사이는 사냥을 끝내고 이렇게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광기에 사로 잡혔다.' “욱! 우우욱!”'순간 이안의 주변에 있던 몇 대의 자동차가 공중으로 솟구쳐 공중폭파하며 흩어졌다.' “혜리……. 필요해. 그녀가 지금, 절실히 필요해!”' ' * * *''이안은 잠든 혜리에게 다가가 예고도 없이 가늘고 흰 혜리의 뒷목덜미를 깨물었다.' “아악!”'포기한 듯 어떤 반항도 하지 않고 이안에게 목을 내맡긴 채 미동도 않고 누워 있던 혜리가 흡혈을 마치고 돌아서는 이안을 불렀다.' “이봐요!”'돌아보지 않을 줄 알았던 그가 검붉은 눈을 빛내며 혜리를 바라보았다.' “오늘은…….”'혜리가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었다. 달빛이 드는 창가에 선 이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말했다.' “오늘은, 이름이라도 가르쳐 주고 가요.”'벌써 한 달여가 넘게 육체적인 관계를 지속해왔지만 이름조차 몰랐다. 그의 이름만이라도 알고 싶었다.'“이안.”'담담하게 제 이름을 말하고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는 그를 보며 혜리가 입 속으로 그 이름을 한번 되뇌었다.' “이안? 예쁜 이름이네. 어울리지 않게…….”'그가 흡혈을 끝내고 혜리를 안지 않고 그냥 간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다행이라 여기며 다시 눈을 감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잠을 청하려 하는데 그가, 이안이 다시 나타났다. 이젠 적응될 만도 하지만 그가, 이안이 이렇게 불쑥 나타나면 혜리는 아직도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잊은 게 있군.”'“이안…….”'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혜리는 그렇게 이안에게 빠져 들었다. 나방이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에 뛰어드는 것처럼 자신도 결국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향한 마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거친 이안의 행위에 혜리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 동안 수도 없이 그의 몸 아래서 희락을 느꼈었지만 오늘은 전과 달랐다. 뭔가 상당히 급했고 거칠었다.' “아아앗! 이안…….”'결국 참을 수 없던 혜리가 이안의 이름을 부르자 이안이 혜리의 입술을 덮어 버렸다. 혜리를 또렷이 응시하는 또렷한 붉은 눈동자……. '혜리는 그 눈빛마저도 좋았다. 누구에게 말 할 수도 없고 말을 해서도 안 되는 사이란 거 알지만 이대로 죽어 버려도 좋을 만큼 그가 좋아져 버렸다. 분명 싫어해야 하는데……. 지독히도 차갑고 얼음장 같은 이 남자를 밀어내야 하는데 거의 매일 강제로 안다시피 하고 수도 없이 자신의 목이며 가슴에서 피를 빨아대는 이 위험한 남자를 증오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