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올해의 ‘세계 바텐더 랭킹 전’은 뉴욕에서 열렸다. 뉴욕 시간으로 벌써 자정이 넘은 시간, 랭킹 전으로 인해 뉴욕의 꽃이라고 불리는 ‘하이딘’ Bar 안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오른 상태이다. 이번 ‘세계 바텐더 랭킹 전’ 최초로 한국 선수가 출전한 것이다. 그의 이름은 강건욱이다. '[제28회 세계 바텐더 랭킹 전의 결과를 앞둔 이곳 하이딘 Bar의 분위기는 지금 긴장감으로 넘치고 있습니다. 이번 랭킹 전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미 한차례의 폭풍 같은 칵테일 쇼가 끝나고 선수인 바텐더들이 자리로 돌아가자 사회자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무대 위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랭킹 전의 출전 선수들은 모두 32명이다. 그 중 5년 연속 1위를 제패한 미국 출신의 존 브라운과 작년 랭킹 전에서 아시아 최초로 일본 출신인 야마모토 쥰이 2위를 한 것이다. 이번 랭킹 전에도 그들은 아주 완벽하고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 밖에도 미국, 프랑스, 독일 출신의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 이번 랭킹 전 역시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 대표 선수인 건욱 역시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실력을 자랑했다. 랭킹의 순위를 떠나 세계 랭킹 전에 출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성공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권에서만 큰 성공을 거둔 바텐더라는 직업에서 건욱은 한국인 최초로 뛰어난 재능과 감탄을 자아내게 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으로서는 순위권 안에 들지 않더라도 한국인의 바텐더를 알리게 된 큰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순위를 떠나 큰 성공을 거둔 것과 다름없었다.'[이번 랭킹 전의 경쟁은 무엇보다 뜨겁고 치열했다는 것을 여기 계신 관객 여러분들이 아 실거라 생각합니다.]'사회자의 깔끔하고 명확한 진행에 모든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하이딘’ Bar 전체를 울렸다. 긴장을 하고 있는 이들은 관객들 뿐 아니라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들의 속은 여전히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로 겉도 속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건욱이 묵묵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185cm라는 큰 키와 차갑도록 시린 검은 눈동자와 잘 뻗은 조각 같은 코가 그의 외모를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배우만큼이나 잘생긴 외모로 어쩜 이번 랭킹 전에서 많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분명 할 것이다. 묵묵한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는 그에게 말을 걸어 온 것은 존 브라운이었다.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랭킹 전 예선부터 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던 선수였다. '[건욱, 이번 대회에 자네의 완벽한 퍼포먼스에 감탄했어.]'[과분한 칭찬이시군요. 존이야 말로 랭킹1위가 괜히 랭킹 1위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존의 낭랑한 목소리와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보던 그가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존의 말에 대꾸해주었다. 그는 늘 자신이 필요한 말 그리고 간단명료하게 핵심만 말하곤 하였다.'[자네는 너무나 냉정하고 차가운 게 단점이야.]'[…….]'존은 일부러 입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렸다. 건욱보다 나이가 5살이나 많았지만 존은 건욱의 남자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미소년 같은 이미지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런 대꾸 없이 그가 다시 무대로 시선을 돌리자 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자신도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다시 무대 위에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많이 기다리고 기다리신 결과가 지금 제 손에 들어 있는 봉투 속에 있습니다.]'사회자가 봉투를 열고 종이를 펼치는 순간도 ‘하이딘’의 모든 관객들 뿐 아니라 관계자들, 선수까지 긴장감으로 손에 땀을 쥐고 있는 상태였다. 그 중 단 한 사람 건욱 만이 표정변화 없이 무대를 바라 볼 뿐이었다.'[제28회 세계 바텐더 랭킹 전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그럼 3위부터 발표 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화려한 쇼를 선보인 일본의 야마모토 쥰입니다. 모두들 박수와 환호성을 질러 주시기 바랍니다.]'사회자의 발표가 나자 관객들은 저마다 박수를 치면서 휘파람을 부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3위의 주인공인 야마모토 쥰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무대 위로 올라가자 관객들은 더욱더 환호성을 질러 주었다. 다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관객들의 환호성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다.'[자, 그럼 이번에는 2위를 발표 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바텐더의 황제라 불리는 칭호 에 맞게 아주 완벽한 쇼를 보여준 미국의 존 브라운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주 미묘한 점수 차이로 2위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완벽한 쇼를 보여준 존 브라운에게 큰 환호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자신의 수상이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이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존, 축하해요. 당신의 완벽한 쇼.]'[고마워, 건욱. 비록 2위지만 이번 랭킹 전에서는 만족한 결과야.]'존은 그를 향해서 눈을 찡긋하면서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이제 이번 랭킹 전의 마지막인 1위 발표만 남겨 둔 상황이었다. ‘하이딘’ 안의 모든 이들은 또 다시 긴장이 시작되면서 궁금증이 더해갔다. 5년 연속 1위의 제패를 한 존 브라운 보다 완벽한 쇼를 보여 준 바텐더 계의 새로운 히어로가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랭킹 전의 마지막 주인공인 1위 발표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때보다 치열하고 불꽃이 튄 랭킹 전의 1위라 저 또한 궁금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발표를 하겠습니다. 영광의 1위의 주인공은…….]''한국 (서울)'한차례 눈이 쏟아진 거리는 온통 하얀 설원처럼 눈들로 가득 쌓여 있었다. 설은 흰 눈이 보슬보슬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후시간이라서 그런지 카페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잔잔한 음악소리만이 그녀의 귓가에 들릴 뿐이었다. 지금 3년을 만나고도 절대로 질리지 않고 늘 가슴 뛰는 연인인 김동훈.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만난 자신보다 2살 많은 선배였다. 다정하고 늘 웃어주는 그의 모습에 20살이던 어린 그녀는 첫 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동훈 역시 자신을 후배 이상으로 생각하고 교제를 원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은 학교에서 알아주는 CC로 유명하였다. 처음 그와 연애하던 시절이 떠오르자 다시 얼굴에 살포시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 창밖으로 보이는 동훈의 모습에 더 환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