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인천공항 입국 로비에는 일련의 무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저마다 카메라며 마이크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나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오, 육십 여명 정도 모인 사람들은 출입문 쪽을 힐끔거리며 장비를 체크하고 있었고 각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소한 말다툼을 하는 이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뭐야, 오늘 누가 오기라도 하는 거야? 이 사람들은 다 뭐래?”'로비의 작은 서점 안에서 일하고 있는 윤주는 맞은 편 기념품 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미영에게 넌지시 물었다. 미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슬쩍 미소를 지었다.'“내가 한번 가서 물어보고 올까?”'“됐어. 뭐, 그럴 것까지야 있겠어.”'“왜? 연예인이라도 나오면 달려가서 사인이라도 받으면 좋지.”'“에휴! 아서라, 아서. 저렇게 기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어떻게 사인을 받냐?”'“사인 못 받아도 눈 보신은 되잖아, 쿡쿡.”'윤주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미영이 깡총거리며 뛰어가더니 제일 뒤에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건넸다.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그녀가 헤벌레 입이 벌어진 채로 달려왔다.'“미영아! 오늘 누가 오는 지 알아?”'“누군데? 연예인? 아님 스포츠 선수?”'“서명진! 그 사람이 온대.”'“서명진? 그게 누군데?”'“인형 공예가야. 그 방면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인데 너 모르는구나? 그 사람이 워낙 인터뷰를 싫어해서 얼굴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거의 천재라던데? 그 사람이 만든 인형 하나 가격이 억대를 넘는대.”'“뭐어?”'미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인형 하나에 억대라니, 말도 안 돼!”'“그 사람 작품은 부르는 게 값이래. 일반 매장에서 파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형이 억대라니…….”'“작품이라는 거겠지. 마치 그림처럼 말이야.”'미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민이자 평범한 자신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세계였다. 저 앞에서 웅성대는 기자들의 무리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미영의 얼굴 위로 갑자기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실례합니다. 권이영 씨 시집 있나요?”'윤주는 미영과 수다를 떨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감미롭게 느껴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인기척도 없이 별안간 말을 건넨 손님의 출연에 미영도 깜짝 놀랐는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윤주는 자신의 옆에서 시집을 찾으며 책들을 구경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눈은 볼 수 없었지만 그 밑으로 매끄럽게 뻗은 코와 단정히 다물어진 잘생긴 입술, 그리고 커피색에 가까울 만큼 가무잡잡한 피부가 금방이라도 묻어날 듯한 모카크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