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문영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의 몸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벤치프레스를 잡아당길 때마다 꿈틀거리는 팔 근육은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고, 그 사이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눈부셨다. 우진의 몸은 자신과 정말 달랐다. 성의 차이를 떠나 우진은 그만의 존재로 거듭나 강하고 아름다웠으며 어느 곳 하나 통제에서 벗어난 곳이 없었다. 자신도 그러고 싶었다. 부러움에 한참을 서서 바라보는데 우진이 동작을 멈췄다.' “뭐야? 피곤해서 더 잘 거라며? 운동하러 가라고 내쫓을 땐 언제고 왜 내려왔어? 다 잤어?”'아무리 ‘여보’라고 부르라고 해도 그날 밤 이후 절대 그렇게 부르지 않는 문영에게 우진은 은근히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게다가 며칠 동안 아침마다 달려드는 그를 운동이나 하라고 내쫓은 게 못마땅했는지 지하 체육관에 내려온 자신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그러다 끝까지 참지 못하고 아는 척하는 목소리가 불퉁했다. ' “우진 씨 출근하는 것도 못 보고 쿨쿨 늦잠만 자는 게 미안해서요. 그게 밤마다 잠을 안 재우는 누구 때문이라도 이제부터는 당신 나갈 때 꼭 일어나 있을 거예요.”' “그래?”'반응은 뚱해도 자리에서 일어서는 우진의 입은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마셔요.”'우진은 문영이 건넨 녹즙을 단숨에 쭉 들이켰다. 아침마다 일산댁이 준비해 주는 녹즙은 우진이 어렸을 때부터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영양사가 먹도록 한 것이었다. 우진은 태어나면서부터 때마다 보약에 영양식, 각종 건강식을 철저하게 계산된 아래서 먹고 자랐다고 했다. 건강에 좋다니까 할 말은 없지만 그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이를 키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다른 것도 그랬다면 우진이 어릴 때 추억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문영은 괜한 분노가 치밀었다.' “맛있어요?”' “글쎄… 매일 먹는 거니까.” ' “생과일주스는 어때요? 그게 더 맛있겠죠?”' “뭐…….”' “그럼 이제부터 그거 먹을래요? 나랑 같이 먹어요.”' “같이? 그러든가.”' 씩 웃는 우진을 보며 문영은 조금 기분을 풀고 그가 앉았던 벤치프레스에 앉았다. 우진이 하던 대로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겨 보았지만 봉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끙 하는 소리까지 내며 애쓰는 문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고 그 잠깐 새 땀까지 흘렀다. 땀을 닦던 우진은 이까지 악문 문영의 얼굴을 보고 웃음이 터트렸다. ' “웃지 말아요! 처음 하는 거잖아요. 나도 할 수 있어요.”' “바보! 백날을 해 봐, 그게 움직이나. 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적정량이 있는 거야. 당신 몸무게의 3배도 넘는 걸 어떻게 움직이나? 만약 움직인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야. 적은 무게서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늘려야 가능한 거야.”'닦던 수건을 던지더니 우진이 벤치프레스에서 봉 세 개만을 남기고 모두 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