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A탐정사무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탐정 일이 더 이상 경찰의 성가신 일을 대신해 주는 직무가 아님을 상기하게 되었으면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탐정사무소에 근무하는 박 모 탐정은 공인탐정법이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탐정의 역할이 자리를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탐정이 과거, 흥신소의 역할에서는 벗어났지만 경찰들의 귀찮은 업무를 대신 맡아 하는 곳이라는 시각이 발생하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전합니다. 탐정이 합법적인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 조사, 변호사 사무실 상근 근무, 보험 범죄 조사, 범죄 도피자 조사 등등을 수행하는 진정한 사설정보관리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할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들의 협조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둡고 습한 기운이 가득한 공간에 탁한 담배 연기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깔리고 있었다.'무대라고 부르기도 무안한 작은 스테이지에서는 누구의 관심도 상관없다는 듯 몸매도 별 볼일 없는 여자가 스트립쇼를 하고 있었고, 길게 늘어진 바에 걸터앉은 사내들은 14인치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를 노려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탐정 새끼들…….”'두 사내 중 하나가 욕설 섞인 중얼거림을 내뱉자 다른 사내가 낄낄 웃었다.'“쥐새끼 같은 놈들이지.”'“까짓 탐정들 주제에 경찰배지라도 단 줄 알고 나대는 새끼들.”'“낄낄낄, 맞아. 경찰 뒤나 닦는 주제에 잘난 줄 알고 설치지.”'“그 새끼들이 설치는 덕에 성가셔서 환장할 지경이야.”'입맛이 쓰다는 듯 사내가 자신이 앉은 의자 옆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그러자 바 너머에서 맥주를 따르던 종업원이 인상을 썼다. 하지만 사내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인상을 쓰자 종업원은 퍼뜩 눈길을 돌렸다. 3류 맥주바에서 맥주나 홀짝이는 인간들이 아니라도 생긴 것 자체가 벌써 뭔가 일을 저지를 놈들 같았다. '종업원은 매일매일 겪어 내는 일상사를 현명하게 처신할 줄 아는 경력이 쌓인 사람이었다.'종업원은 자신을 노려보는 사내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노란 액체가 가득 찬 맥주잔을 내밀었다. 그러자 남자가 잔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켜고 ‘탁’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잔을 내려놓았다. '“안 그래도 탐정년 하나 때문에 성가셔서 돌아가실 지경이야.”'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동행인이 물었다.'“탐정년?”'“그래, 꼴통 같은 년이 하나 있어.”'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린다는 듯 남자는 오만 인상을 썼다. 동시에 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길게 들이켰다. 입가로 흘러내리는 노란 액체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술을 들이켜는 폼으로 봐서 그 탐정이라는 여자가 어지간히 괴롭히는 모양이었다.'“탐정 중에 여자가 있는 줄은 몰랐네. 보통은 남자들이 하는 거 아닌가?”'“계집애 같지도 않은 년이야. 불독처럼 한번 물면 놓지를 않는 년이지. 끈질기고 독한 년이야.”'입맛이 쓴 듯 남자는 다시 또 술을 들이켰다.'종업원은 남자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 탐정이라는 여자가 궁금했다. 험한 세계에서 여자의 몸으로 악명을 날린다니, 어떻게 생긴 여자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그 생각은 이내 잊혀졌다.'아직 손님이 가득 차기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홀에는 두 테이블 정도 손님이 앉아 있었다. 골목 으슥한 곳에 위치한 술집이라 지금 시간에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그렇고 그런 범주에 속한다. 그들은 밤이 깊어질 때까지 시간을 때울 어두운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술집은 그런 공간으로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범죄자’ 내지는 ‘범죄를 저지를 자’들이 여유롭게 술을 마시기에는 최상의 조건인 셈이다.'문득 입구의 문이 덜컹 하고 열렸다. '종업원의 눈이 입구로 향했다. 어두운 공간에 희미한 인영이 비쳤다. 입구의 조명을 켜지 않은 상태라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의 형상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거친 듯, 또 조금은 부드러운…….'어스름한 인영이 몇 걸음을 내디뎌 희미한 조명이 비치는 영역으로 들어섰다. '종업원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짧고 정리되지 않은 커트 머리에 낡은 재킷과 청바지 차림이었다. 낡은 재킷 아래의 티셔츠에는 선명한 해골 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청바지는 무릎과 허벅지 부분이 실밥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을 만큼 뜯어져 있었다.'껄렁하고 불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지만 분명 여자였다.'“제길!”'불쑥 욕설 하나가 튀어나왔다. 종업원은 재빨리 눈길을 돌렸다. 조금 전 자신을 향해 험악한 인상을 지어 보이던 남자가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서고 있었다. 그러자 옆의 사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는다.'“왜 그래?”'덩달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남자는 벌써 일어나서 몸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탐정이야.”'“뭐?”'불안하게 묻던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이미 일어서 있던 남자의 옆에 섰다. 그 순간, 술집으로 들어섰던 인영이 두 남자의 앞으로 다가왔다. '종업원은 바의 조명이 선명한 곳으로 걸어온 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입술이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참으로 개성 있게 생긴 얼굴이었다. '어떻게 보면 곱상하게 생겼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워낙 강한 인상이라 곱상하다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얼굴선은 여성미가 물씬 풍길 만큼 부드러웠지만 짙은 눈썹과 오뚝한 콧날, 그리고 그 아래 풍만한 입술선이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눈만 아니었다면 예쁘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너무나 인상적인 눈 모양이 종업원을 놀라게 했다.'다소 날카롭게 느껴지는 눈꼬리가 위로 치켜졌다. '진한 속눈썹에 감싸인 눈은 샤프하면서도 강렬했다. '마치, 고양이의 눈처럼……. '“어이, 낚싯대. 오랜만이야.”'여자가 비웃음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남자들을 향해 내뱉자 진즉에 상대의 정체를 알아본 남자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살쾡이…….”'“와우, 황송하게도 날 기억하시네? 고맙게스리. 이러면 내 소개 안 해도 되는 거지? 내가 널 찾아 여기까지 온 이유도 설명 안 해도 되고…….”'“지독한 년.”'순간, 남자가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냈다. 찰칵, 소리를 내며 번뜩이는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여자가 살짝 몸을 숙이더니 양발을 더 넓게 벌리며 히죽 웃었다.'“그래, 네가 그래야지. 내가 널 찾으려고 두 달을 허비했는데 쉽게 잡히면 되겠어? 두 달간 이 몸을 귀찮게 했으니 그 값은 해야 할 것 아냐.”'여자가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까딱이며 조용히 속삭였다.'“덤벼, 새끼야.”'순식간이었다. 싸움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뒤로 물러서는 종업원의 눈에 남자가 먼저 여자를 향해 덤비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여자는 부드럽게 몸을 비키며 칼을 옆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남자가 다시 칼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자는 몸을 뒤로 홱 빼며, 희게 번득이는 칼날을 짧은 순간에 피했다. 그리고 그 즉시 반격에 나섰다. 무릎으로 남자의 팔을 걷어차 올리는가 싶더니 팔꿈치로 남자의 복부를 세게 내지른다.'하지만 남자도 만만치 않았다. 재빨리 여자의 주먹을 피한 남자가 칼을 고쳐 잡고 세게 찔러 넣었다. 그 순간 여자가 남자의 칼 든 손목을 움켜잡더니 남자를 안고 빙글 몸을 돌렸다.'“윽!”'신음소리와 함께 쨍강 하고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팔을 빼내고 물러서려는 남자의 복부를 발로 세게 내지른 다음 허리를 굽히는 놈의 등을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릎을 재빨리 꺾어 남자의 하복부를 강타했다.'“허억!”'남자가 신음을 흘리며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종업원의 눈은 동그랗게 커진 채 여자를 향했다. 마치 춤을 추는 것같이 가볍고 재빠른 몸짓이었다. 날카로운 칼날에 대한 두려움이 여자에게는 없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의 등에 발 하나를 올려놓은 여자가 놀란 채 서 있는 남자의 동행에게 눈길을 돌렸다.'“넌 뭐야?”'“예? 저, 저요?”'동행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것을 본 사내가 더듬거리자, 여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남자는 놀라서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남자들이 마시다 만 맥주잔을 들어 올려 벌컥 들이켰다. 입술 끝으로 흘러내리는 액체를 손등으로 쓰윽 닦더니 다시 사내를 돌아보았다.'“너도 수배자야?”'“예? 아, 아닙니다.”'“죄 짓고 숨어 다니고 있는 거, 아냐?”'“아닙니다!”'강하게 부정하는 사내에게 여자는 비웃음을 던졌다. 그리고 뇌까리듯 내뱉는다.'“그럼 꺼져.”'잠시 주춤거리던 사내는 꺼지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 즉시 ‘걸음아, 날 살려라’라고 하는 듯 후다닥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여자가 바닥에서 자신의 중심부를 붙잡고 신음하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더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나야. 소장님 있어? ……낚싯대, 붙잡았다고 전해. 강 형사한테 넘겨주고 바로 퇴근할 거야.”'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여자는 남자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두 잔의 맥주를 빠른 속도로 비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종업원의 귀에 오래지 않아 희미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얼마 후, 그가 일하는 술집 앞에 집결했고 곧바로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모습을 종업원은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