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야합!”' 엄청난 기합소리와 함께, 꼿꼿이 서 있던 볏단이 스르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흡사 나비와 같이 아름다운 자태로 검을 거두는 모습에 탄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귀여운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꺄악! 선생님! 멋져요!”' “와아, 브라보!”' 까만 검도복을 입은 귀여운 꼬마들은 서윤의 검술에 완전히 사로잡힌 듯 환호하고 있었다. ' 장서윤. 나이 26세로 명문대 체육학과를 나와 현재 국가 정보기관 산하 케이비의 특수 요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 긴 생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 올린 얼굴이 단아해 보였고, 무심한 듯 하면서도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이 예사롭지만은 않았다. 키 167cm에 50kg, 여자로선 큰 키였지만 시커먼 덩치들(남자 대원) 사이에선 언제나 묻혀버릴 수밖에 없는 체구다. 게다가 태권도, 유도, 검도 등 각종 무술과 체력은 기본이며 상식과 외국어, 사격과 폭발물 해체 등 특전기술의 어려운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케이비 훈련센터 제 7기의 유능한 재원이었다.' 서윤은 대학선배인 선희가 운영하는 검도 관에 모처럼 놀러왔다. 선배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의 귀여운 수강생들을 위해 심상검법을 잠깐 보여준 것뿐이었는데, 하다 보니 볏단 베기까지 하게 되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 보여 달라 조르는 아이들을 뒤로 채 사무실로 숨어들었다.' “하하하. 애들 눈 봤어? 무슨 연예인이 와서 시범을 보인 것 마냥 완전 얼이 나갔더라.”' 동글동글 사람 좋게 생긴 선희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로 깔깔거렸다.' “선배, 이거 아르바이트 비 톡톡히 받아야겠는 걸. 모처럼 휴가에 이게 뭐야?”' “아르바이트 비는 좀 그렇고 근사한 저녁 어때?”' 선희는 한 달 전에 결혼한 따끈한 신혼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쫙 당겨 하나로 묶은 것만 봐도 충분히 무술 사범 선생님으로 보이고도 남았다. 선희의 남편 역시 대학 동기이고 보면 서윤이 이들 부부와 각별한 것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다. 게다가 선희의 남편인 박동기는 현재, 팀은 다르지만 서윤과 같은 기관에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 뭐 먹을까?”' 아이들이 돌아간 뒤 두 사람은 도장을 나와 거리로 나섰다.' “선배 좋은 걸로 해. 난 뭐든 잘 먹으니까.”' “그럼, 조금 더 가면 곱창 잘하는 집 있는데, 거기 갈까?”' “곱창에 소주라? 조오치!”' 서윤은 모델 뺨치는 몸매를 가지고 있다. 팔다리에 적당히 잡힌 근육이 보기 좋아 어디서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런 자신의 매력을 인정하려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불행하게도 뚱뚱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은 것이 그녀에게는 씻기지 않는 상처로 자리 잡은 것이었다. 특히 유난히 짓궂게 놀려대던 남자아이에게 심한 모욕을 당하고 나서부터 서윤은 운동을 시작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내성적이었던 서윤은 그 모욕을 견딜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그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다. 처음엔 살을 빼려고 했고, 그 다음 목표는 저를 놀리는 못된 남자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