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 차춘복''''“미치도록 아기가 가지고 싶어!”'오늘도 어김없이 한 마리 외로운 늑대처럼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부르짖는 그녀. '그녀의 이름, 짤랑 하고 은방울 소리 나는 은령.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이던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가명일 뿐. 사실 그녀의 본명은……. '춘복, 차춘복. '춘복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부모님께서 그들의 귀한 첫딸에게 명 길고 좋은 짝 만나라고 나름대로 유명한 작명소 가서 거금을 들여 지으신 이름이란다. '덕분에 그녀는 집안의 복(福)자 돌림에 봄날 햇볕 쨍쨍한 날에 태어난 터라 봄 춘(春)자를 얻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이름은 성인 합성 차 대감 차 씨와 합쳐 차춘복이 되었다. '봄에 태어나 춘복이지 자칫 잘못해 여름, 또는 가을, 겨울에 태어났으면 하복, 추복, 동복이 될 뻔했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촌스럽기는 하지만 춘복이라는 이름에도 감사해야 한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그 당시 시절에는 모두 교복을 입었기 때문에 평생 아이들에게 놀림 받으며 살 뻔 했지 뭔가? 하긴 춘복이라는 이름도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는 이름은 아니긴 하지만.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나?'160센티미터를 겨우 넘는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키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팔다리, 너무 뚱뚱하지도 그렇다고 날씬한 것도 아닌 몸매. 보통 여자들은 이런 몸매면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여긴다지? 또 납작한 코에 결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는 짙은 눈썹을 가진 ‘호빵 아가씨’ '그것이 동네 사람들이 그녀를 지칭해 부르는 대명사이자 또 정확한 묘사였다. 통통한 볼 살은 트레이드마크라 쳐도 손질 한 번 한 적 없는 긴 생머리-머리를 길고 싶은 게 아니라 미용실 가기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머리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감는 게 직업상의 예의라나- 뒤로 질끈 묶고 365일 내내 때 구정물 줄줄 흐르는 츄리닝 패션이 바로 그녀의 현 주소이다. 등판에는 성난 고양이 그림 위에 퓨마를 따라한 구루마라는 영자가 떡 하니 쓰여 있지만 짝퉁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그녀, 바로 배짱 좋은 차춘복이다. '그럼 그녀의 나이?'결코 꽃다운 나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쉰내 팍팍 (춘복은) 몇 년 푹 삭은 배추김치 같지는 않은 그녀의 나이, 딱 좋은 서른 셋.'“흥, 웃기셔, 딱 좋긴 뭐가 좋아? 그게 많지, 적으냐?”'그녀의 옥수동 집에 놀러온 고등학교 단짝 친구 은선이 옆에서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하이 소프라노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어준다. '좋구나, 얼쑤!'“월러리어, 김은선!”'춘복이 그렇지 않아도 왕방울만큼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은선을 노려보자 은선이 새치름하게 입을 다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