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by step (한 걸음 한 걸음)''''“결혼하자.”'지금 수완이 자신에게 한 말인지 의심스러워 뒤를 한번 휙 쳐다 본 해윤은 자기 외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수완을 보며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다시 한 번 말했다.'“나 지금 잠깐 이상한 말 들은 거 같아. 잠깐만 귀 좀 파고. 다시 말해봐 뭐라구?.”'“너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나 너한테 지금 청혼 하는 거야. 우리 결혼하자.”'안 해윤 인생 27년 만에 프러포즈를 받고 기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떻게 수완이 자기한테 청혼을 할 수가 있는지 이제 막 깨어난 지금에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해윤 이었다.'“너무 좋아서 기절한 거야? 아님, 너무 쇼킹해서 기절한 거야?”'해윤이 정신을 차린 게 보이자 수완이 컵에 물을 한잔 따라서 해윤한테 가져다주며 말했다.'‘싸가지 없는 거 보니까 이수완이 맞긴 한데. 뭔가. 조금 이상해.’'“너 누구랑 내기했지. 사실대로 불어. 또 진완이랑 내기했어? 그 자식이 그런 내기 하면 내가 넘어올 것 같다구 그러디? 이 자식을. 아니지. 그 놈 저번에 내기 끊었다고 나한테 두 손 두 발 다 빌었었는데. 그래그래. 니가 요즘 일 좀 많이 하더니 머리 어디 맛 간 거 아니야? 어떻게 니가 나한테 청혼을 해? 그리고 넌 내가 받아들일 꺼라고 생각했어? 니놈이랑 지금 원수진 게 몇 년인데.”'당장 일어나 손톱을 치켜세우고 얼굴을 뜯어놓을 것 같은 기세로 달려드는 해윤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심하게 쳐다보면서 해윤의 손에 쥐어졌어야 할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여유롭게 마시며 그 말에 대꾸했다.'“뭐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어. 그 말에 바로 ‘좋아’라고 말하는 게 더 이상하긴 하지.”'“그래 잘 알면서. 지금 무슨 수작인거야? 나 재미 무지하게 없거든. 빨리 말해. 무슨 일이야?”'“무슨 일은. 인간 대 인간 남자대 여자로 내가 안 해윤한테 매력을 느껴서 청혼을 한다는 데.”'“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도저히 저놈과는 5분 이상 대화를 하면 안 된다니까.’'어깨를 훨씬 넘어가는 머리를 양 손으로 버벅 거리며 머리를 헝크려 놓는 해윤을 보며 대충 이제부터 저 성질머리가 폭발할 기미가 보이자 수완은 그제야 슬그머니 일어나 해윤을 진정시켰다.'“너 성질 더러운 거 아니까 제발 그러지 좀 마. 남들이 보면 너 진짜 미친 줄 착각한다. 일단 진정하고.”'사실 진정 시키는 게 아닌 해윤의 화를 더 돋우고 있는 수완 이었다.'“너 빨리 말해. 오늘 어째 이상하다고 했어. 니가 헨젤과 그레텔의 마귀할멈도 아니고 오늘 뭘 그리 날 잘 먹이나 했다. 왜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 그래?”'“살은 니 가슴에만 찌우면 되. 나머지 부위는 더 찌면 곤란하다. 그리고 잡아먹기엔 아직 시기가 너무 이르지. 난 속도위반할 생각 없거든.”'“야! 이 수완!”'뭐 던질 거 없나 무기를 찾아보는 데 갑자기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수완이 말을 꺼냈다.'“안 해윤. 너랑 나랑 알고 지낸지 얼마나 되지?”'“미친. 말장난해? 너 산수도 못하냐? 그건 계산할 것도 없거든?”'같이 있는 것조차 그리고 같이 말을 섞는 것조차 싫다는 듯 성의 없이 대꾸해주는 해윤 이었다. 그래도 싫다 싫다 하면서 묻는 말엔 모두 대답을 하는 해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