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bird’는 모란잉꼬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사이좋은 부부나 연인’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웨딩홀 Lovebird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영원한 행복을 보장받는다는 말이 생겨났다. 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꼭 이 웨딩홀을 선택해야 했던 것인지 소빈은 답답할 정도로 꽉 막힌 도로 속에 파묻힌 채 긴 한숨을 내쉬었다. '“늦으면 한소리 할 텐데. 아, 진짜. 잔소리 질색인데.”'핸들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며 대시보드(dashboard)를 바라보니 ‘11:50’이라고 깜빡이고 있는 숫자들이 보였다. 결혼식은 1시 정각. 아직 1시간 하고도 10분이라는 제법 긴 시간이 남았지만 이 속도를 보니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은 단념하는 것이 옳을 듯했다. '하지만 단념할 수 없는 것이 속사포 랩을 하듯 쏟아질 원망과 눈물 어린 잔소리는 정말이지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잔소리는 일회성이 아닌 평생 우려먹고 또 우려먹을 것임을 알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시간에 당도해야만 했다.'“아, 좀 가자. 가! 내가 왜 부모도 아닌 친구의 잔소리를 겁내야 하는 거냐고. 제발 좀 가자. 가!”'터져 나온 외침을 담아 클랙슨을 눌러보지만 사고 때문인지, 아니면 혼잡함을 자랑하는 서울 한복판의 도로사정 때문인지 멈춰선 차들은 느릿느릿 움직일 뿐이다.'“결혼식을 하려면 가까운 데서 할 것인지. 뭐한다고 이리 구석까지 기어와서 해. 하, 퍽이나. 거기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이혼할 사람들이 이혼 안 하고 평생 살 것 같아? 사랑, 웃기지 말라 그래. 사랑은 무…… 여보세요.”'비웃음을 담아 짜증을 풀어내던 소빈은 갑자기 울린 핸드폰 벨소리에 블루투스 이어폰의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귀가 얼얼할 정도의 속사포 랩을 가장한 잔소리가 쏟아져 들리자 소빈은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단 한마디의 말만 내뱉고는 버튼을 눌러 소리를 차단하고 그걸로 부족해 귀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빼 조수석으로 던졌다.'“바로 앞이야. 끊어.”'한국말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주관적인 단어가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금방이야'라는 단어를 보면 금방이라는 시간적 계념은 받아들이거나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따라 달랐다. 나에게 한 시간이 금방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 굳이 한 명을 꼽아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부가 되기 위해 꽃단장 중일 유란은 금방을 10분 안팎으로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소빈은 그렇게 자신이 꺼낸 말을 자기합리화 시켰다.'그 순간 유난히 막혔던 것은 바로 앞 어느 한 구간에서 교통사고가 났었던 것 때문인 듯 거북이걸음 하던 차들이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기적처럼 12시 50분. 정확히 결혼식을 10분 앞두고 소빈은 길가에 높게 세워져 있는 웨딩홀 간판을 볼 수 있었다.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제 앞을 막아서는 차로 인해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이미 그녀의, 정확히 일 년 된 빨간색 스포츠카는 쿵 소리와 함께 멈춘 후였다.'“아, 진짜 되는 게 없네.”'고지가 바로 코앞이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신부에게 예쁘다며 마음에 없는 말을 전할 타이밍, 부모님과 함께 하객을 반기며 인사를 나누고 있을 신랑에게 고생을 왜 사서 하려 하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생각 잘 해보라며 충고할 타이밍. 그 고지들을 눈앞에 두고 소빈은 뻐근한 목에 손을 올리며 차에서 내렸다. 그와 동시에 소빈의 차와 맞닿아있는 검정색 차의 운전석이 열리며 누군가 그녀처럼 뒷목을 잡으며 내렸다.'“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눈은 뜨고 운전해? 아, 진짜 십 분 남았는데. 바로 코앞인데.”'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터진 외침에 두 사람의 시선이 엉켜들었다. 그 순간 남자의 대시보드에 있던 시계는 ‘1:00’을 가리켰다.''학창시절에도 자지 않았던 늦잠을 잔 건 모두 다 그 개꿈 때문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헌데 처음으로 꾼 꿈의 여파로 인해 알람을 맞춰놓았음에도 일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