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자신의 눈앞에서 불안한 눈을 굴리며 말을 하는 오빠를 향해 수한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굳어져 앉아있었다. 말을 시작하는 데는 아니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큰 숨을 몇 번 몰아쉬고 헛기침을 몇 번하고 수한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오빠 말은 그 사장이란 사람을 나보고 유혹하라는 거야?] ''[그렇게 날 혐오스런 눈으로 보지 마라. 내가 얼마나 다급하면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하겠어? 며칠만. 내가 규정이하의 자재를 정품으로 바꿔치기 할 수 있는 시간 만큼이면 돼. 내가 널 내 비서라고 소개시키고 넌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관광을 시켜 줘. 특별히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학교는 어떻하고? 보충수업도 시작하고 이번 수학경시대회 나가는 애들 특별 반까지 시작했는데. 그리고 난 그런 거 못해. 오빠도 알잖아 난 거짓말하면 빤히 얼굴에 다 드러나는 거.] ''[수한아 오빠가 이렇게 부탁할게. 나 이번에 걸리면 감옥에 갈 거야. 그러면 불쌍한 너희 새언니랑 네 조카들은 누가 돌봐주는데? 응?] ''올케와 조카까지 들먹이는 오빠의 부탁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수한은 그 황당한 부탁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오빠도 아니야. 어떻게 동생에게 그런 사악한 일을 시킬 수 있는 거야. 큰 빌딩 건물 공사에만 자재를 납품하는 중소업체를 하는 오빠는 어느 정도 신용이 쌓여지자 그걸 이용해 정품과 불량품을 적당히 섞어 자재를 납품하기 시작했고 그걸 의심하기 시작한 한 회사의 사장이 신축중인 제주도 호텔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유혹을 해야 한단 말인가. ''한숨이 절로 나오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아이들을 교실에 묶어 놓고 들어가지도 않는 수학공식을 읆어 대는 자신이나 어쩔수 없이 앉아 있는 아이들이나 한심해 보이기는 마찬가지 였다. ''[선생님] ''한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왜?] ''[더워 죽겠는데 귀신이야기 해주세요.] ''[해주세요.] ''한 학생의 제안에 모든 학생들이 동조하기 시작했고, 교실이 떠나갈 것처럼 아이들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래. 나중에 나 때문에 집에 못 간다고 불평하지 마라.] ''[예] ''[조용히 해. 자 공포물 이야기 할 때는 분위기 만들어야지. 창문 닫고, 커텐 치고 어둠침침하게 만들어.] ''40명 남짓의 여학생들은 수한의 말대로 교실을 어둡게 만들고 그녀가 들려줄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며 서로의 몸에 바싹 붙어 앉았다 . ''[이 이야기는 15년 전에 이 학교에서 근무하시던 여 선생님 이야기야. 그 여선생님 지금 화장실 자리였던 곳에 소나무가 커다란 게 있었는데. 거기에 목매달아 자살하셨거든.] ''그 한마디에 벌써 교실의 온도는 영하로 내려 간 듯했다. ''[숙직하시던 남자 선생님이 직접 경험 하셨다는데 그 여선생님 자살하고 며칠 안 되서 숙직할 순번이 되신 거야. 그런데 먼저 숙직하신 선생님들이 자꾸 자살하신 선생님 교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거야. 무서워서 아무도 못 가보고 다들 숙직실에서 벌벌 떨다가 아침이 되서야 교실에 가보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남 선생님은 얼마나 겁이 났던지. 숙직날이 걱정되서 죽겠는거야. 그 날 소주 두 명을 사 가지고 학교에 들어와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모든 교실의 문이 잠겼는지 확인을 하고 숙직실로 돌아와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어둑어둑 해지고 바람도 세계 불고, 그 바람 때문에 학교 교정에 심어져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움직이면서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어.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겁이 나서 사온 소주를 단숨에 한 명 드시고는 차라리 자는 게 나을 듯 싶어 텔레비젼을 끄고 잘려고 누웠는데.] ''수한은 말을 멈추고 아이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벌써 하얗게 질린 아이들. 친구의 팔에 꼭 매달려 있는 아이들. 뻔한 이야기 아니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지만 손은 볼펜을 꽉 쥐고 있는 아이들. 수한의 목소리는 점점 더 음산해져 갔다. ''[3학년 교실 쪽에서 칠판에 필기를 하는 소리처럼 분필소리가 들리고 여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거야. 남자선생님은 무서워서 온몸에 소름이 쫙----- 퍼지기 시작했고 소름이 돋아 털이 다 서는 느낌이었거든. 그런데 술기운 때문인지 확인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레쉬 하나를 들고 모든 복도며 다 불을 켜고 소리가 들리는 교실로 천천히 발걸음을 죽여서 걸어갔어. 소리는 점점 더 또렷하게 들리고 그 소리는 분명 아이들을 향해 수업을 하는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였어. 얼마 전에 자살한…….] ''한 한생이 흡--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소리가 나는 교실 앞에 서자 갑자기 말소리가 뚝--- 끊긴 거야] ''[악-----------] ''그녀가 발을 쿵- 하고 구르며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이 깜짝 놀라 덩달아 소리를 질렀고 도미노처럼 다들 한꺼번에 소리를 질렀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수한은 피식 웃었다. ''[선생니------------임. 놀랬잖아요.] ''[그래서…….] ''수한이 다시 말을 하자 아이들은 놀랜 가슴을 쓸어 내리고 그녀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에 힘을 주어 드르륵 하고 문을 열었는데 칠판에 수학 공식이 쭉-- 적혀 있고 방금까지 수업을 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은 없는데. 그리고 누가 그 밤에 그 텅 빈 깜깜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겠어. 자살한 여 선생님의 귀신이 나타난다는게 사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자 빨리 여길 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급히 몸을 돌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등뒤가 서늘해지면서 차가운 공기가 남선생님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거야 스--윽-- 하고…….]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아이들을 향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수한은 아이들 한명씩 한명씩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 아이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그녀가 그 자살한 여 선생님이라도 되는냥 한 시선으로. ''[그 서늘한 기운에 온몸이 굳어지면서 움직일 수 없게 되는데, 그 순간 뒤에서 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라고. 다리가 덜덜 떨리고 주저앉을 것처럼 너무 무서웠지만 돌아 볼 수 없었어. 얼마나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을지 겁이 났거든. 그런데 그 선생님이 남선생님한테 다시 부탁을 하는 거야 '선생님만 비밀로 해주세요. 난 다시 학교로 돌아 올 거에요. 아이들 곁에.'라고. 그 말과 함께 칠판의 글씨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그 서늘한 느낌도 없어지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어. 걷는 건지 기는건지 모를 정도로 숙직실로 돌아와서 나머지 한 병의 소주를 다 마셔버리고 취해서 잠이 들어버렸데. 그리고 남선생님은 며칠 뒤에 더 이상 이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다면서 그만 두셨는데 남선생님이 그만두고 며칠 뒤에 처녀선생님이 발령 되서 이 학교로 왔어.] ''수한은 거기서 말을 멈췄다.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그게 다야] ''[에이…….] ''[너희들 아직도 모르겠니? 우리학교 처녀선생님들 중에서 그 자살한 여자 선생님이 있다는 거야] ''그녀의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굳어졌다. ''[서…… 설마요…….]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다. 찬물을 끼얹어 놓은 것 같은 교실에서는 기침소리 하나 없었다. 반장이 일어서자 수한은 손짓으로 도로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은 향해 한마디했다. ''[내가 아직도 너희 선생님으로 보이니?] ''그리고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놔두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귀여운 녀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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